[동아일보 신춘문예 2017]당선 소식에 눈물… 종착지 없는 어둠 앞에 불안과 설렘

동아일보 입력 2017-01-02 03:00수정 2017-01-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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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위수정 씨
 당선 소식을 듣고 아주 조금 울었는데, 그건 환한 기쁨과 깊은 쓸쓸함이 뒤섞인 낯선 감정이었습니다. 쓸쓸함이 드러날까 봐, 기쁜 소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감정이니까, 하루 종일 웃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밝게 웃기만 하는 내게 문득문득 고요한 내가 손가락을 들어 등을 콕콕 찔렀는데 모르는 척했습니다. 그러나 자꾸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인내로 지켜봐 주신 소중한 부모님, 오빠, 언니, 동생, 가족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오랜 시간 멀리 돌아온 저를 따스하게 맞아 주시고 격려해 주신 장영우 선생님을 비롯한 동국대 국문과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mon ramona, 고마운 형래 오빠, 함께할 지희, paroxysm 친구들, 희원 오빠, 현정, 성혜, 정현 언니, 예지 그리고 귀여운 대학원 동료들. 아화. 잊지 않기 위해 글로, 마음으로 새깁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나만의 사막을 찾아 끝없이 홀로 되어야 하는,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고 손잡고 갈 수 없는 길. 종착지 없는 그 어둠이 불안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설렙니다. 앞서 그 길을 걷고 계신 황종연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 길을 정확하고 견고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이장욱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 길을 섬세하고 가장 아름답게 보여 주셨습니다. 두 분은 제게 곧 문학입니다.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1977년 부산 출생 △동국대 국문학부 졸업 △동국대 국문과 석사과정 수료
 
은희경 씨(왼쪽)와 구효서 씨.

 
▼ 천천히 죽어가는 인생과 사랑의 숙명, 섬세하게 풀어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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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중편소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6편이었다. 그중 중편소설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작품은 세 편 정도. 단편소설로 다룰 만한 단선적 이야기를 중편으로 쓰면, 이야기가 늘어지거나 불필요한 정보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짝눈’은 성형수술 후 발생한 의료 사고를 다뤘다. 흥미로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상투적인 가족 서사로 다뤄진 점이 아쉬웠다. ‘히작을 그리다’는 감정 과잉과 사변적인 장광설이 낡은 방식으로 비쳐졌다. ‘워킹 홀리데이’는 주제를 향한 구심력과 소설적 건축이 없는 소박한 기록을 넘어서지 못했다.

 ‘네 번의 식사’에는 한 여성의 병적인 인생 여정이 펼쳐진다. 산만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야 과거의 상처와 고통의 집요함을 드라마틱하게 폭로하지만, 거기까지 따라가게 만들 만한 이야기의 힘과 설득력이 부족하다. ‘코스터’는 자매의 성장기 혹은 편력기라고 말해질 만한 청춘 서사다. 자신은 부동자세로 있는데도 세계가 움직인다는 인식이 이 난삽한 소설을 끝까지 받쳐 준다.

 그러나 서사적 맥락이 약하고 사유가 지나치게 표피적이라는 단점을 보완할 만큼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당선작은 ‘무덤이 조금씩’이다. 존재의 파장이 조금씩 부딪치며 균열이 생기고 무력해지고 소멸되고 결국 무너지는 현상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소소하고 우연한 만남의 이야기지만 결국은 그 뒤에 작동하는 거대한 죽음에 대한 사유다. 천천히 죽어가는 인생과 그 사이에 출몰하는 사랑의 숙명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고통스럽지만 차분하게 그려 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수상한 긴장감과 문체에서 기량을 엿보게 된다. 우리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관광객이란 렌즈로 바라보게 되는 슬픈 세상. 그 상상에 기꺼이 설득됐다. 큰 축하를 보낸다.
 
구효서·은희경 소설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2017#위수정#무덤이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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