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 있는 재정 다 풀지만… 2%대 성장 지키기도 쉽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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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제정책방향]정부, 21조 재정보강 배경

 정부가 연초부터 21조 원 이상의 재정보강에 나선 것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대로 예상될 만큼 경제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2.6%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정책방향을 통한 ‘정책효과’ 0.2%포인트를 포함한 수치다. 정책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경우 그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민간 연구기관에선 2% 초반이나 1%대까지 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금리인상으로 대외여건마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 재정 보강했지만 추경 불씨 여전

 정부가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재정보강은 △중앙·지방정부의 재정조기집행 및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지급(6조 원 이상) △공공기관의 투자 확대(7조 원) △정책금융기관의 자금공급 확대(8조 원) 등을 통해 이뤄진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장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보다는 재정·금융 분야에서 가용한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날 경제정책방향 발표에 앞서 사전에 여야 각 당을 찾아 정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재정보강 방법이나 규모가 예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 효과 면에선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재정조기집행 8조 원, 공공기관 투자 확대 6조 원 등의 재정보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올 1분기(1∼3월)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0.5% 높아지는 데 그쳤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악화된 2015년 2분기(0.4%) 이후 최저치였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설 연휴가 끝나면 추경 편성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이달 23일 기획재정부에 “내년 2월까지 추경을 편성해 달라”고 요청했고 기재부는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한 상황이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상황은 최악이고 통화정책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거시정책은 재정밖에 없다”고 말했다. 1분기 상황이 좋지 않으면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뜻이다.

○ 경제체질 개선은 요원


 내년 조기대선 가시화로 새 정부 출현이 예상되면서 관료들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당장 2, 3개월 안에 할 수 있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경제정책방향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구조개혁 등 경제체질 개선 관련 내용은 구색 맞추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신설해 4차 산업혁명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와 기재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는 지능정보사회추진단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옥상옥(屋上屋)’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 노동 금융 공공 등 4대 구조개혁 역시 올해 경제정책방향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이다. 야당의 반발로 폐기된 노동개혁 법안의 경우 정부가 입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지만 국회를 설득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민간의 혁신을 막는 각종 규제장벽을 제거하겠다고도 했지만 별다른 쟁점이 없는 규제프리존특별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외끌이 성장’만으로는 고용 창출과 저성장 탈피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에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우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고용비례 추가공제율이 1년간 한시적으로 2%포인트(대기업은 1%포인트) 상향조정된다. 청년 정규직 근로자 고용을 확대하는 사업주에 대해선 세액공제를 현행 1인당 5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확대한다.

 하지만 투자환경 개선과 불확실성 해소 없이 단순히 세제 혜택만으로 기업의 투자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의 신속한 처리와 노동개혁으로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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