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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열린 시선/김순권]반복되는 AI의 비극, 과학적 접근으로 예방해야

김순권 한동대 석좌교수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
입력 2016-12-21 03:00업데이트 2016-12-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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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권 한동대 석좌교수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
 50년간 친환경 옥수수 육종 연구를 해온 필자는 2008년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의 비극은 철저한 사전 대비로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소, 돼지 수백만 마리를 매몰한 지 몇 해 안 되었는데 또다시 1500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그것도 산 놈을 죽여 매몰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병원을 옮기는 주 원인 중 하나가 철새일 수도 있고 야생동물일 수도 있다. 처음 발생한 농가에서부터 급속도로 번져 나가는 것은 H5N6형 바이러스가 2008년 발병한 H5N1보다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AI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가축을 육종하고 길러야만 한다.

 초겨울에 비가 자주 내리는 환경이 병원균을 동시다발로 발생시킬 수도 있다. 필자는 50년 동안 연구해온 공생(co-survival tolerance) 원리에 따라 AI나 구제역에 걸리지 않거나 이를 견딜 수 있는 건강한 가축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이 문제다. 필자는 6년 전부터 질병 예방용 기능성 검정 사료 옥수수 연구를 정부에 제안했다. 농업기술평가원과 한국연구재단에 연구 과제를 4번 제출했으나 모두 거절됐다. 비과학적 패거리 연구 과제와 심사 때문일 것이다. 예방보다 항생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우리의 가축 사육은 경제성만 고려돼 사육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좁은 면적에서 마릿수만 많이 생산하게 하는 정부의 축산 장려 정책과 돈만 벌겠다는 축산 농가의 책임이 크다.

 예방 주사 등으로 가축 건강이 약화된 상태에서 면역력이 떨어져 병균에 쉽게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철새가 날아오고, 추위가 일찍 오고, 그리고 비가 자주 오면 AI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철저한 대비책을 세웠어야 했다. 철새 보러 다니는 사람들도 통제했어야 했다. 축산물 이동도 철저히 중단시키는 허가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재난 안전과 관련된 정부 기관이 반강제적으로라도 이러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왜 AI로 인한 비상사태를 미리 알고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는가. 준비 없이 반복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정부 정책에 축산 농민들은 또다시 자식 같은 동물을 죽여 땅속에 파묻어야 하는 비참함을 반복 경험한다. 차제에 구제역 발생 지역 국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 생산된 생체 사료용 옥수수를 대형 비닐에 넣어 수입해 가축 사료로 쓰는 농축산 정책도 철저히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AI와 구제역 바이러스가 묻어 올 수도 있어서 그렇다. 무엇보다 AI에도 견딜 수 있는 닭과 오리를 육종하고 건강한 가축을 사육해야 한다. 예방과 사육, 철새와 야생동물, 사람과 축산물 이동 등에는 과학적인 접근법을 통용하길 바란다.
 
김순권 한동대 석좌교수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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