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새 772만 마리 도살처분… 발빠른 AI 어떻게 막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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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H5N6’ 확산 비상

  ‘772만6000마리.’

 11월 16일 충북 음성군과 전남 해남군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불과 3주 사이에 전국 180개 농장에서 도살처분 된 닭과 오리의 숫자다. 전파속도가 유례없이 빨라 이대로라면 조만간 1000만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악으로 알려진 2014년 1월 발생했던 AI 때 정부는 1396만1000마리의 가금류를 도살처분 했지만 당시엔 195일간이라는 비교적 긴 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국내에서 1000만 마리에 달하는 가금류를 도살처분 한 경우는 많지 않다. 2010∼2011년 AI 당시엔 139일 동안 647만3000마리를 도살처분 했다. 2015년 AI 때는 62일간 30만1000마리라는 비교적 적은 수가 피해를 봤다.

○ 전파력 큰 올해 조류독감은 ‘H5N6’ 유형

 주로 AI는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닭과 오리가 감염되면서 일어난다. 매년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병원성과 전파력도 달라진다. 올해 유행하는 AI는 ‘H5N6’로 분류된다. AI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다아제(NA)란 이름의 단백질 종류로 구분하는데, 발견된 순서에 따라 번호가 매겨진다. H5N6는 5번째로 발견한 HA와 6번째로 발견한 NA가 함께 들어있는 경우다.

 과학계에선 이번 AI가 국내에 장기간 유행했던 H5N1보다는 전파력이 약하지만, 1400만 마리 가까운 피해를 냈던 H5N8보다는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은 “발생 초기에 이렇게 전파가 빨리 된 것은 H5N6의 특징으로 보인다”며 “검역본부에서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된 점도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AI를 분석하기 위해 동물실험까지 완료하려면 3개월 정도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송창선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팀의 사전 실험에 따르면 치사율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 교수팀은 오리 8마리를 H5N8로 감염시켰을 때 한 마리도 죽지 않았지만 이번에 유행하는 H5N6로 감염시키자 이틀 만에 30%가 죽었다고 했다.

 송 교수는 “중국에서는 2014년부터 H5N6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해 지금까지 흔히 발견되던 H5N1의 감염 숫자를 앞섰다”며 “이번 AI는 중국에서 발견된 H5N6 아종 34개 중 하나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체 감염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감염 세포의 종류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한 종류는 조류의 호흡기 세포가 가진 ‘알파2-3’ 수용체를 선호하며, 다른 하나는 포유류의 호흡기 세포가 가진 ‘알파2-6’ 수용체와 결합하길 좋아한다. 대부분의 AI는 알파2-3 수용체를 선호해 조류에서 유행하는 데 그친다.

 김기순 질병관리본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과장은 “다만 사람의 폐포에도 알파2-3 수용체가 일부 있으므로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에는 감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AI 발생 막을 예방책 마련 시급

 AI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시급히 해결책을 찾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7일 긴급 현안 점검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AI특위를 구성하고 ‘점점 강해지는 AI,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7일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 사이에선 인플루엔자 진단과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서상희 충남대 독감바이러스 연구소장은 “철새보다는 사육 중인 가금류의 바이러스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농민 신고에 의존하지 말고, 잠복기를 고려해 한 달에 2번 정도는 방역당국이 농장을 찾아 바이러스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환경부는 AI 예방 차원에서 철새와 가금류에서 인플루엔자를 검출하기 위해 2016년 약 26억 원을 투자했다. 검역본부는 2016년 한 해 동안 철새와 가금류에서 37만여 건의 사전 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올해 11월 발생한 H5N6는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

 AI 백신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실효성에선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김재홍 학장은 “백신 개발에 최소 6개월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에 유행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상희 소장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만든 백신을 빠르게 수입하면 도살처분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수빈 동아사이언스 기자 sbshin@donga.com
#조류독감#ai#h5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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