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직장생활, 내 자리만이라도 오아시스로” 책상 꾸미는 ‘데스크테리어族’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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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오른 직장인들의 책상 사진. 갖가지 아이템으로 공들여 꾸민 티가 물씬 난다.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인스타그램에 오른 직장인들의 책상 사진. 갖가지 아이템으로 공들여 꾸민 티가 물씬 난다.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제 데스크테리어 자랑합니다. 회사에서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휴가 끝나고 다시 회사 적응하려고 책상 좀 꾸며 봤어요.”

 최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데스크테리어’(desk와 interior를 합한 말)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오는 게시물들이다. 회사 안 자기 자리를 열정적으로 꾸미는 직장인이 늘면서 데스크테리어는 물론 개성 있는 디자인의 사무용품을 뜻하는 ‘오피스템(office+item)’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데스크테리어 마니아인 직장인 나성빈 씨(32)는 “회사가 삭막한 사막이라면 내 자리만큼은 그나마 숨쉴 수 있는 ‘오아시스’로 꾸미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달 월급의 10%는 책상 꾸미는 데 쓰는 것 같다. 캐릭터가 달린 볼펜부터 100여만 원 주고 산 편안한 의자까지 회사에서 쓰는 모든 사무용품은 편하고 예쁜 걸로 마련한다”라고 했다.

 데스크테리어족이 사들이는 제품은 스테이플러나 연필꽂이 같은 평범한 사무용품부터 티타늄 프리미엄 가위,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펀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디자인용품 판매 업체 폭스아이디어의 박상진 대표는 “화살을 맞고서도 미소를 짓는 캐릭터의 ‘용기소년’이란 명함·메모꽂이를 판매하고 있다”라며 “모진 말과 힘든 일에도 웃으며 일해야 하는 내 모습 같다며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관련 제품만 2만여 개가 팔렸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집중 겨냥한 제품도 인기다.

 책상 앞에 붙이는 자석 미니 화분을 판매 중인 길홍덕 사장은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같은 곳에서 프리마켓을 열어 보면 직장인들이 회사 동료와 함께 ‘힐링용’으로 미니 화분을 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최근 해외 사이트에서까지 데스크 인테리어 용품을 사들인다는 직장인 함은영 씨(23)는 “한동안 화분이나 캐릭터 사무용품을 사 모으다 최근엔 아마존에서 스트레스 해소 인형을 사 책상 앞에 두고 화가 날 때마다 꼬집고 주무른다”라고 말했다.

 심리 분석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한국인의 오랜 근무시간과 직장 내 스트레스를 꼽았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회사에 긴 시간 머무는 만큼 자기 나름대로 답답한 공간을 행복하게 바꿔 보려는 안간힘”이라고 지적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족관계도 단출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지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젊은 직장인들이 혼밥이나 혼술을 하듯 회사생활에서도 나 혼자만의 아늑한 공간을 만들며 심리적 위안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
#데스크테리어#sns#오피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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