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가려다 돌연 일산行”… 정치 외풍에 휘청이는 ‘K컬처밸리’ 사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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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2014년 주변시설 많은 과천 희망… 靑측서 朴시장과 협의직전 약속 취소
2015년 現용지 확정… 특혜 논란 “차은택 관련사업” 구설 올라 흔들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자리한 ‘K컬처밸리’ 홍보관(위쪽 사진).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 탓인지 이날 홍보관을 찾은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아래쪽 사진). 고양=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자리한 ‘K컬처밸리’ 홍보관(위쪽 사진).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 탓인지 이날 홍보관을 찾은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아래쪽 사진). 고양=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차은택 씨(47·구속 기소) 연루 의혹이 불거진 ‘K컬처밸리’의 사업 용지가 당초 서울시 소유의 서울대공원(경기 과천시) 일대로 추진되다 갑자기 경기 고양시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K컬처밸리는 경기도와 고양시 CJ그룹 등이 한류 콘텐츠를 주제로 만드는 대규모 체험 및 소비 공간이다. 2017년 말까지 1조4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 사업 용지 협의 일정 갑자기 취소

 29일 서울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CJ E&M이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한류월드 내 1구역(테마파크, 상업시설)과 3구역 일부(융복합공연장 호텔) 등 30만 m²를 개발하는 K컬처밸리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건 2015년 1월. 한 달 뒤인 2월 11일 경기도와 고양시, CJ E&M은 K컬처밸리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CJ 측은 당초 K컬처밸리 사업지로 과천시 서울대공원 일대를 유력하게 검토했다. 이곳은 서울시 소유의 땅이다. 접근성이 좋고 동물원과 테마파크, 국립과천과학관, 경마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곳이다. CJ 측은 청와대 관계자와 함께 2014년 10월 말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기로 일정까지 잡았다. 그러나 이틀 전 청와대 측에서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이렇다 할 취소 이유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협의 무산의 배경을 청와대의 ‘박원순 기피증’으로 보는 시선이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일이 종종 있었다. 2015년 2월 청와대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에서 열린 문화창조융합센터 개관식에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초청하면서 정작 박 시장을 부르지 않았다. 같은 해 7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했다.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박 대통령이 가지 않은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 최순실 게이트 ‘유탄’에 물거품 우려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이 드러나면서 K컬처밸리 사업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K컬처밸리가 최 씨의 최측근인 차 씨가 구상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가 CJ 측에 용지를 지나치게 싼값에 내줬다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5년 당시 실무협의를 맡았던 박수영 전 경기도 행정부지사(현 새누리당 수원정 당협위원장)는 29일 “안종범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K컬처밸리 용지를 무상으로 CJ에 주라고 압박했다”라며 “내가 그럴 수 없다고 버티다 결국 사표를 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상업용지를 유상으로 매각하고 테마파크 용지를 1%의 낮은 이자로 장기 임대했다. 박 전 부지사는 “경기도 내 다른 외국인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적용한 것으로 특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K컬처밸리가 정상적으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28일 고양시에 자리한 K컬처밸리 홍보관은 한류 관련 콘텐츠를 모아놓은 전시관이다. 그러나 이날 방문객은 거의 없었다. 주민 김모 씨(63)는 “황량한 땅에 대규모 한류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무산될 수 있다는 말이 들려 실망이 크다”라며 “이 사업이 중단되면 주변 지역 개발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강승현 byhuman@donga.com / 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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