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속사포로 쏘는 수다, 그 밑천은 책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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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눔 나선 개그맨 김영철

말을 많이 하는 만큼 책도 많이 읽는 개그맨 김영철 씨. 그는 자신의 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30권을 최근 국민도서관에 기증해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말을 많이 하는 만큼 책도 많이 읽는 개그맨 김영철 씨. 그는 자신의 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30권을 최근 국민도서관에 기증해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제가 말하는 걸 보통 좋아하나요.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질문을 던졌는데 대답은 10분 가까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방송 도중 겪은 일, 어릴 적 에피소드, 인터넷 뉴스 등을 엮은 언어의 융단폭격이었다. 말하는 속도도 빨라 그의 이야기를 노트북에 받아 적는 손가락이 뻐근했다. 개그맨 김영철 씨(42)는 소문대로 ‘수다쟁이’였다.

 하지만 그의 말은 지겹지 않았다. 중간중간 책에서 읽은 표현을 농담과 섞어 말했다. 방송에선 늘 장난스럽고 익살스럽지만 평소 다독가로 알려진 그만의 화법이었다. 그가 가진 책은 총 600여 권. 이 중 330권의 책을 국민도서관에 맡겨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어 화제다.

 “집에 책이 많아져서 어떻게 처리할지 애매했는데 ‘김영철’이란 이름으로 국민도서관에 맡길 수 있어 기뻐요.”

 국민도서관은 누구나 자신의 책을 맡기거나 다른 사람이 맡긴 책을 빌릴 수 있는 공유형 도서관이다. 서가(書架) 건물이 없는 배달형으로, 택배비만 내면 한 번에 최대 25권을 두 달간 빌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현재 약 9000명의 회원이 6만4600권의 책을 공유하고 있다. 누구든 인터넷 홈페이지(www.bookoob.c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김 씨가 본격적으로 독서에 탐닉한 건 2006년 라디오 DJ를 맡으면서부터. 말하기를 업으로 삼는 그지만 매일 두 시간씩 수다를 떠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말하는 걸 좋아했어요. 말하려고 학교도 일찍 갔거든요. 학교에서 떠들다 맞은 횟수만 해도 어휴. 근데 이게 유전이에요. 우리 할머니는 두 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두 시간 동안 말해요. 엄마가 하는 말은 반만 믿으면 될 정도로 과장이 심합니다. 그걸 배웠죠. 큭큭. 근데 또 라디오는 다르더라고요.”

 고민하는 그에게 ‘정오의 희망곡’ DJ 개그우먼 정선희 씨가 책 한 권을 건넸다. 아무리 말을 잘하는 사람도 라디오 DJ를 1주일만 하면 어휘가 바닥난다는 것이었다. 정 씨는 DJ 배철수 씨에게 배웠다고 했다.

 이후 그는 짬이 나는 대로 책을 읽었다. 1년에 30∼40권씩 꾸준히 읽은 책은 그의 안에서 소화돼 말로 뱉어졌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독서 장소는 카페예요. 오전 10시 반에 카페에 가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달걀, 베이컨 등으로 구성된 아침) 시켜 먹고 책 읽는 거죠. 제가 좀 지적 허영심이 있어서. 홍호홍(그는 진짜 이런 소리로 웃었다).”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김 씨는 3권을 소개했다.

 “20대는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을 읽었으면 해요. 내가 누구인지, 왜 돈을 벌고 사랑을 해야 하는지 윤곽을 잡을 수 있어요. 30대에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추천합니다. 책에 ‘어떤 이가 내 또래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건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라는 구절이 나와요. 이제 막 부모가 된 이들이 새길 만한 표현이죠. 저 같은 40대는 고두현 씨의 ‘시 읽는 CEO’를 읽길 바랍니다. 감성이 떨어질 만한 나이에 시처럼 좋은 게 없거든요.”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김영철#책#고민하는 힘#강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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