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禁 ‘오버워치 게임’ 초등생, 얼굴만 보고 단속하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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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업주-경찰 골머리
부모 주민번호로 가입-학생증 위조
적발돼도 업주만 처벌 받자 PC방 거리낌없이 드나들어… 경찰, 잇단 신고에도 단속 한계

 요즘 PC방에서 초등학생들이 즐기는 최고 인기 온라인 게임인 ‘오버워치’. 깜찍한 얼굴에 밝은 색의 옷을 입은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주부 정모 씨(41)도 게임의 밝은 분위기에 최근 “오버워치를 하러 PC방에 가겠다”는 자녀의 외출을 별 생각 없이 허락했다.

 하지만 정 씨는 난데없이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자녀가 연령에 맞지 않는 게임을 하고 있어 귀가 조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이 게임은 총을 쏘고 피를 튀기는 폭력성으로 ‘15세 이용가’ 등급으로 분류된 게임이었다.

 올해 5월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오버워치가 15세 이용가인데도 초등학생들이 몰래 PC방에서 즐기고 있어 업주들과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분증을 확인하면 쉽게 걸러낼 수 있는 ‘청소년 이용 불가’ 성인 게임물과 달리 이용자 얼굴만 보고 단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물 등급 분류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버워치는 1인칭 슈팅게임으로 분쟁의 세계를 무대로 영웅들이 팀을 구성해 총으로 상대팀을 살상하는 전투 게임이다. 유아스러운 캐릭터와는 정반대로 게임이 시작되면 1인칭 시점에서 화려한 손놀림으로 총을 발사하고 장전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상대 캐릭터를 살해하면 피가 튀며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린다. 여성 캐릭터는 노출은 없으나 몸매가 과장돼 있어 다소 선정적이다. 이용자가 악마와 싸우는 게임인 디아블로3(청소년 이용 불가), 슈팅게임 서든어택(15세 이용가)도 인기를 끌었지만, 오버워치는 캐릭터 덕분에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유행하며 문제로 떠올랐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물은 전체 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나뉜다. 이 등급 구분을 위반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현행법상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2학년생이 PC방에서 오버워치 게임을 하다 단속에서 적발되면 처벌 대상은 PC방 업주다. 15세 미만의 학생은 경찰이 계도 조치하고 부모님에게 연락해 귀가시킨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들은 부모 등의 주민등록번호로 몰래 가입해 주로 PC방에서 오버워치 게임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이모 군(12)은 “게임을 하려면 6명이 한 팀을 만들어야 하는데, 팀을 짜서 다 같이 하기에도 PC방이 좋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15세 이상과 미만 학생을 육안으로 구분할 수가 없다”며 처벌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주민등록증 검열로 성인 게임을 하는 것은 미리 막을 수 있어도 위조된 학생증으로 오버워치를 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PC방 업주 정모 씨(42)는 “단속에 걸린 후 초등학생을 아예 받지 않는다. 1000원을 받으려고 벌금 1000만 원의 부담을 지느니 ‘초등학생 출입 금지’를 붙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오버워치와 관련한 신고, 출동으로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로 PC방에 온 성인들이 초등학생들이 시끄럽다며 악의적으로 신고하는 경우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 한 곳당 출동건수가 일주일에 10여 건에 달한다”며 “업주들이 영세업자인 것을 감안해 첫 번째 단속에서는 ‘관리가 어려운 것은 알지만 한 번 더 신고가 들어오면 곤란하다’고 주의를 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원형 한국컴퓨터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온라인 게임에서 12세, 15세 등급은 사실상 규제 효과가 없다. 법에 의존하기보다 신분증 도용과 연령에 맞지 않는 게임물 이용이 범죄 행위라는 것을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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