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암 환자 10년 새 7.4배 급증?… “과잉 진단-수술 줄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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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패러다임 바뀌는 갑상샘암

한 여성 환자가 병원에서 갑상샘암 조기 검진을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최근 국내 갑상샘암 확진 환자 3분의 2가 갑상샘 제거 수술을 받는 등 그 위험성에 비해 검진과 치료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독한 갑상샘암이 여전히 있는 만큼 조기 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동아일보DB
한 여성 환자가 병원에서 갑상샘암 조기 검진을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최근 국내 갑상샘암 확진 환자 3분의 2가 갑상샘 제거 수술을 받는 등 그 위험성에 비해 검진과 치료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독한 갑상샘암이 여전히 있는 만큼 조기 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동아일보DB
4월 미국 피츠버그 의대가 갑상샘(갑상선)암 중 10∼20%를 차지하는 ‘여포(濾胞)성 변형이 있는 유두암’을 ‘여포 모양의 비침습적인 갑상샘 종양’으로 병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 대학은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7개국의 병리학자와 임상 의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했고, 여기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의학계에서 ‘암’을 ‘암이 아닌 것’으로 개정한 첫 사례다.

위원회는 “암세포처럼 보이지만 섬유 조직 형태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갑상샘 주변이나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거나 침범하지 않는다”라며 “따라서 굳이 갑상샘 전체나 부분 절제하는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암이라고 진단하면 환자들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명을 바꾸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 결과는 최근 미국의학협회 종양학 학술지(JAMA Oncology)에 게재됐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갑상샘학회가 ‘결절(혹)의 크기가 4cm 이하면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갑상샘암 저위험군 환자의 수술 치료를 자제하는 방향으로 진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 위험성에 비해 과도한 진단, 치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갑상샘암 환자가 2004년 4만1000명에서 2014년 30만2345명으로 7.4배 급증했다. 한 질환이 이렇게 늘어났다면 의료계뿐 아니라 전 국민이 긴장할 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갑상샘암 환자의 5년 내 생존율은 99.9%, 10년 생존율도 95.0% 이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갑상샘암의 진단이 위험성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이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1997년 초음파를 통해 암 진단이 가능해지면서 갑상샘암을 포함해 전반적인 암 진단이 늘기 시작했다. 초음파 검사 비용도 3만∼5만 원으로 저렴했다. 문제는 갑상샘암으로 확진을 받은 환자의 3분의 2가 갑상샘 제거 수술을 받는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갑상샘암 진료비가 2009년 1224억 원에서 2013년 2211억 원으로 81%나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에서도 2014년 3월 의사들이 나서 ‘갑상샘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발족했다. 의사연대 측은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갑상샘암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70명 수준인데, 미국(13.2명)이나 영국(3.2명), 일본(4.4명)에 비해 훨씬 많다. 하지만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0.2∼0.5명으로 다른 나라들과 차이가 거의 없다”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갑상샘암 진단이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2015년 5월 “목에 혹이나 이물질이 만져지는 것 같은 의심 증상이 없을 경우 갑상샘암 검진을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라는 내용의 갑상샘암 검진 권고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국립암센터는 자체 시행하는 암 예방 검진 프로그램에서 갑상샘 초음파 검사 항목을 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정기 검진 손해 더 커 VS 조기 검진 꼭 필요

갑상샘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은 여전히 분분하다. 박종혁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없는데도 갑상샘암을 정기적으로 검진해 찾아내는 건 국가나 사회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크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암으로 인해 갑상샘 제거 수술을 받으면 평생 갑상샘 호르몬을 복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수술 부작용으로 후두신경을 다쳐 목소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부갑상샘 손상으로 칼슘 부족이 나타나 손이나 얼굴이 저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면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관계자는 “갑상샘암의 생존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암은 발견이 늦을수록 위험하기 때문에 조기 검진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특히 암의 위치와 크기, 환자 및 가족의 병력 등을 고려해 수술과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지, 일률적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갑상샘암#과잉진단#조기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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