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2016년 대한민국에선 힘들여 불황과 싸우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 세계시장으로 나가 당당히 고공행진을 하는 강소기업들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동신툴피아는 산업용 공구 업계에서 전설로 통한다. 10만 가지가 넘는 산업용 공구를 국내외 수천 곳 거래처에 공급하는 이 회사 김동연 대표는 공구의 ‘공’자도 몰랐다. 김 대표는 1960년대 후반 공구소매점에서 근무하던 사촌형 두 명을 따라 일을 시작해 40여 년 만에 산업용 공구 유통업계 선두업체를 일궈냈다.
가난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면돌파해 온 기업인의 경험담은 극심한 취업난으로 의기소침한 청년들의 숨어 있던 열정을 일깨운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김 대표의 조언은 숱하게 들어온 말이지만, 생생한 경험으로 묵직하게 다가오며 자신감을 잃은 젊은이들을 흔들어 깨운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린노알미늄㈜ 이세영 대표는 외환위기 때 지옥을 겪고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인생 역전의 성공 드라마를 쓴 경영인이다.
알루미늄 압출가공 전문회사인 린노알미늄은 산업 현장의 철제 부품과 설비부품을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며 불황 속 가치를 수확하고 있다. 공업용 로(爐) 생산기업이었던 이 회사는 1995년 버스 창호를 납품한 것을 계기로 알루미늄 압출 전문업체로 변신했다. 이후 자동차 엔진 마운트와 서스펜션 계통에 장착돼 소음, 진동과 차체의 쏠림 현상을 막아주는 고기능성 부품 ‘러버 부시(rubber bush)’를 개발해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 쌍용차, GM대우, 폴크스바겐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해마다 년간 매출 성장률이 15% 이상씩 달성되고 있으며 고용창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안경처럼 착용하는 HMD(Head Mounted Display)로 개인휴대용 디스플레이의 혁신을 주도하는 ㈜그린광학 조현일 대표는 일본계 광학기술 업체에서 근무했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그는 “인공위성 카메라 등에 쓰이는 광학렌즈는 독일, 일본 등 외국산만 있었는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고 말했다. 이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그는 스스로 광학렌즈를 제조하는 업체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이후 광학렌즈를 공부하고 수요를 조사한 끝에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그리고 1997년 동료 4명과 회사를 차렸다. 조 대표가 영업직, 기술자, 사장까지 1인 3역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국내외 거래처가 빠르게 늘고 직원도 220명으로 불어났다. 그린광학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260억 원, 올해는 35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조 대표는 HMD 분야에서만 올해 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향후 2, 3년 내에 100억 원 판매 고지를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극심한 경기침체 여파로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오너들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성장 가도를 달리는 기업들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물오른’ 강소기업의 광폭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주력사업으로는 공통점이 없지만 한 가지 커다란 공통분모가 있다. 각종 악재 속에서도 양호한 경영실적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강소기업은 아무리 불황이라도 ‘기술’과 ‘전략’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시장을 휘어잡는 독일 강소기업 ‘히든챔피언’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재화와 일거리가 한정돼 있는 마당에 기업 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다. 하지만 당연한 경쟁에도 방법은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다. 그래서 불황을 뚫는 중소기업의 성공 유전자(DNA)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각양각색 중소기업의 경영 성적은 놀라울 정도다. 끝 모를 불황 속에서 세간의 관심과 이목을 끄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을 헤치고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불황에 주눅 들지 않고 성장의 날개를 달아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작지만 시장을 호령하는 알짜 중소기업과 기업인(人)들을 만나봤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