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스위니토드는 피를 말리는 작품이죠”

김정은기자 입력 2016-07-26 03:00수정 2016-07-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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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토드’서 매혹적 광기의 살인마 열연 조승우
작곡가 손드하임의 정교한 계산 아래 작곡된 ‘스위니토드’ 넘버들은 조승우의 음색과 절묘한 합을 이룬다. 이번 작품에서 가창력이 두드러진다는 질문에 그는 “넘버 음역대가 제가 가장 편하게 소리낼 수 있는 바리톤 음역대”라고 말했다. 오디컴퍼니 제공
《배우 조승우(36). 그는 후배 뮤지컬 배우들의 롤 모델이자 이름 석 자의 유명도를 인기가 아닌 무대에서 보여주는 배우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건 자신만의 해석으로 “클래스가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그가 4년 만에 신작 도전에 나섰다.

괴기하면서도 매혹적인 광기를 뿜어내는 살인마 ‘스위니토드’를 통해서다. 뮤지컬 배우로 10년 넘게 톱의 자리를 지키는 동안 유독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렸던 그를 24일 만났다. ‘죽은 작품도 살린다’는 평가와 함께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그가 돌연 “3년간 뮤지컬 무대를 떠날 생각”이라는 말을 남겼다. 왜일까》
 
○ “스위니토드는 피를 말리는 작품이죠”

지난달부터 공연 중인 스위니토드와 관련해 연일 조승우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는 손사래를 치며 엄살을 피웠다. 그는 “아직도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하루라도 쉬면 마치 처음 접하는 공연처럼 낯설다”고 했다. 배우의 피를 말리게 하는 작품이라고도 했다. “어렵지만 재미있는 작품인 건 확실해요. 하지만 재공연을 한다면 출연을 조금 주저할 것 같아요. 커튼콜 때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진이 빠져요.”

이 작품은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 연기하기 어려운 공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릴러 형식이지만 멜로와 비극, 블랙코미디가 혼재한다. 극의 짜임새 역시 정교해 배우에게 연기의 자유로움을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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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의 입을 빌리면 스위니토드는 배우로서 한계를 많이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뮤지컬을 15년 넘게 했지만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 벌거벗겨진 느낌이었다”는 ‘엄살 아닌 엄살’도 나왔다. “연습 초반부엔 더 이상 내가 보여줄 게 없구나 싶더라고요. 어떤 장면에선 하이드, 지킬, 헤드윅, 라만차의 돈키호테의 모습이 보였죠. 예전에 연기한 캐릭터가 복합적으로 겹쳐 나오는 게 처음이라 이 작품을 끝내고 좀 쉬어야겠다 싶었어요.”

그는 스위니토드 이후 시점을 정해 3년 정도 무대를 떠날 계획이라고 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10주년, ‘베르테르’ 15주년 공연을 한 후 쉬지 않고 바로 신작에 출연하면서 어느 순간 자양분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가 그립겠지만 당분간 영화에 매진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항상 영화에 대한 고마움이 있어요. 영화 출연 경력이 있었기에 운 좋게 뮤지컬 무대에도 설 수 있었죠. 무대를 잠깐 쉬는 동안 영화를 많이 찍었으면 좋겠어요.”

○ “4대 뮤지컬과는 유독 인연이 없어요”

조승우는 많은 뮤지컬 제작자들이 캐스팅 1순위로 꼽는 배우이기에 오디션 탈락 경험은 전혀 없을 줄 알았다. 웬걸. 그는 쿨하게 “흔히 세계 4대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캣츠)로 불리는 작품들과는 유독 인연이 없다”고 했다.

어긋난 첫 번째 인연은 2000년대 초반 ‘오페라의 유령’. “라울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그래서 바로 영화 ‘후아유’ 계약을 했는데, 알고 보니 제작사 신입 직원의 실수로 합격을 불합격으로 잘못 전한 거였어요.”

2014년 ‘미스사이공’도 그를 비켜갔다. 그는 “영국 웨스트엔드 미스사이공 프로덕션으로부터 엔지니어 역을 제안받았다. 공연장에서 연출가 캐머런 매킨토시, 작곡가 클로드미셸 쇤베르를 만나 오디션을 봤다”며 “영국에서 타향살이도 한번 해보자며 김칫국부터 마셨는데 영어를 잘 못해 떨어졌다”고 말했다.

마치 남의 얘기처럼 술술 아픈 사연을 얘기하는 그의 웃음 뒤에는 아쉬움과 집념이 배어 있다. “저는 아무래도 내수용 배우인가 봐요. 하하. 하지만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마음속 꿈의 배역입니다.”

조승우는 10년 넘게 뮤지컬 배우로 정상의 자리를 지켜 왔다. 그만큼 팬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치도 높다. 부담감은 없을까. “‘조승우가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시선도 많잖아요. 작품마다 부담감을 느끼고, 그럴 때마다 악몽을 꿔요. 무대 위에 서 있는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사람들은 그런 저를 보며 깔깔대는 꿈이죠.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무대는 늘 어려워요.”

스위니토드는 10월 3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588-5212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조승우#뮤지컬#스위니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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