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한국게임 실종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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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게임 LoL-오버워치가 1,2위 석권… 국산은 10년넘은 리니지-서든어택뿐
국내업계는 모바일게임에 눈돌려… 中모바일게임 공세에 버틸지 의문

21일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의 한 PC방. 모니터엔 온통 ‘리그오브레전드(LoL·미국 라이엇게임즈 출시)’와 ‘오버워치(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출시)’ 게임 장면이 쏟아져 나왔다. 10여 명의 이용자 중 한국산 게임을 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PC방을 운영하는 김민수(가명) 씨는 “LoL과 오버워치 등 두 게임을 즐기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한국 게임은 서든어택 정도만 간혹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게임이 4년째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반면 한국 게임회사들은 10년 전 출시한 게임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게임들이 해외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내 시장은 해외 게임회사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 마치 한국 게임 같은 외국 게임들

PC방 게임 전문 리서치 회사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8일 기준 PC방 일간 점유율 1위가 출시 한 달도 안 된 오버워치로 바뀌었다. 그동안 선두를 차지하고 있던 게임은 주간 점유율 203주(약 4년) 연속 1위를 해 온 LoL이었다. 안방에서 1, 2위 싸움을 하는 미국계 두 게임의 일간 점유율은 20일 현재 57.44%에 달한다.

외국계 게임이 선전하는 까닭은 한국 게임회사보다 더 ‘현지화’에 능하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2월 중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PC방 500곳을 대상으로 오버워치 클로즈드베타(게임 출시 전 시범적으로 이용 권한 제공)를 허용했다. PC방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지닌 한국에만 특혜를 준 셈이다. 또 게임 속에 한국인 캐릭터를 집어넣기도 했다.

반면 PC방 점유율 순위 ‘톱10’에 든 국내 게임 5개의 PC방 일간 점유율은 16.78%에 그쳤다. 게다가 국내 게임들은 대부분 10년 전에 만들어졌다. LoL, 오버워치가 각각 2011년, 2016년에 출시된 반면 넥슨 서든어택과 엔씨소프트 리니지는 각각 2005년, 1998년에 출시됐다. PC방 이용자들을 사로잡는 한국 대작들의 맥이 끊긴 것이다.

○ 매출보다는 유저 중심의 게임 만들어야

국내 게임회사들은 게임 트렌드가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간다고 보고, 새로운 모바일 게임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하반기(7∼12월)에 리니지 모바일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에선 중국이 버티고 서 있다. 20일 현재 앱 장터 구글플레이의 모바일 게임 인기 순위에서 상위 10개 중 4개가 중국산 게임이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글로벌 모바일 게임 선두 기업인 핀란드의 슈퍼셀을 인수하면서 중국발(發) 모바일 게임 공세는 앞으로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방의 게임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열풍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기획지원국장은 “PC 게임이 e스포츠 산업을 견인한다는 측면에서 국내 게임이 이 분야에서 고전을 겪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조작 방법의 단순화, 무료화 등 이용자 친화적인 게임을 만들어 고정 고객을 끌어 모으는 외국계 게임회사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게임회사들이 모바일 게임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중국 등의 영향으로 성장에는 분명히 한계가 올 것”이라며 “게임회사들은 가상현실(VR) 연구개발을 통해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게임을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길 게 아니라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육성책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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