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부친 유언 따라 5000만원 기부한 할머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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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이도필 할머니 막노동하며 번 돈… 돈없어 공부 못하는 아이들 위해 선뜻

80대 할머니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를 위해 써달라며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했다. 자신처럼 돈이 없어 배우지 못했던 아픔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였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경남 창원시에 사는 이도필 할머니(82·사진)가 15년 동안 모은 적금 5000만 원을 17일 경남동부보훈지청을 통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이 할머니는 37세부터 가족 없이 홀로 지내며 막노동이나 식당일, 빌딩 청소를 전전했다. 지금은 약 33m²(10평)짜리 원룸에서 머물며 매달 국가보훈처에서 지급하는 120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선뜻 기부를 결정한 것은 어린 시절 책을 살 돈이 없어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아픔과 ‘꼭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살라’는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었다. 이 할머니의 아버지는 독립유공자인 고 이찰수 선생이다. 이 선생은 당시 경남 밀양군에서 3·1운동을 주도하는 등 독립운동을 벌이다 여러 차례 투옥됐고, 1968년 세상을 떠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 할머니의 기부금을 20명의 아이들에게 250만 원씩 장학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이 할머니는 “죽기 전까지 5000만 원을 더 모아 또 기부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장학금 전달식은 17일 창원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에서 열린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전재산 기부#이도필 할머니#초로우산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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