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민음사, ‘세계시인선’ 15권 재단장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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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 펴낸 ‘세계시인선’ 15권. 전문가가 번역하는 전통을 지키면서 젊은 감성을 덧붙였다. 민음사 제공
민음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 펴낸 ‘세계시인선’ 15권. 전문가가 번역하는 전통을 지키면서 젊은 감성을 덧붙였다. 민음사 제공
민음사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세계시인선’을 재단장해 최근 15권을 출간했다.

세계시인선은 ‘오늘의 시인총서’와 함께 민음사가 문학 출판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된 시리즈다. 1973년 이백과 두보의 작품을 실은 ‘당시선’,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검은 고양이’,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 등 4권으로 시작됐다. 당시에는 일본어판을 재번역한 책이 대부분이었는데, 원전 번역과 원문을 함께 실어 큰 주목을 받았다. 1차로 모두 80권이 나왔다.

1994년부터 2차로 개정판 63권을 냈다. 민음사는 이번에 3차로 재단장한 책 15권을 시작으로 처음 낼 당시 목표했던 100권을 낼 계획이다. 일단 내년까지 50권이 나올 예정이다.

새로 나온 세계시인선에는 국내 초역한 책 5권이 포함됐다. 소설가로 인기 있는 찰스 부코스키의 대표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를 비롯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거물들의 춤’, 시대의 불안을 끌어안은 프랑스 시인인 프랑수아 비용의 ‘유언의 노래’가 있다. 로마 시인인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과 ‘소박함의 지혜’도 만날 수 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김수영의 문학성도 재조명했다. 극작가 브레히트의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에는 초기 작품인 ‘가정기도서’가 담겨 시인의 면모를 볼 수 있다. ‘꽃잎’은 현실 참여 작가로 알려진 김수영이 꽃에 대해 노래한 작품을 소개한다. 히브리 시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욥의 노래’는 고결한 품성을 지닌 욥이 재산과 자식을 모두 잃고 극심한 병까지 얻지만 그 누구도 고통을 위로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서사시다. 죄 없는 사람이 고통을 당하는 모티브는 빅토르 위고에게 영감을 줘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을 창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시인들은 세계시인선이 영혼의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김경주 시인은 “시가 지닌 고유한 넋을 폭넓고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허연 시인은 “세계시인선을 읽으며 어른이 됐고, 시인이 됐다”고 회고했고, 최승호 시인은 “세계시인선을 읽으며 상상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민음사#세계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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