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시티 대구]8000여 명에 ‘자연모발’ 되찾아 준 ‘모발이식의 세계 표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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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 센터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직원들이 수술실 앞에 모였다.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 센터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직원들이 수술실 앞에 모였다.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이마가 점점 넓어지는 탈모는 질병 아닌 질병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면 탈모는 생활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이마가 넓어지는 탈모 환자는 상당히 늘어나는 추세다. 가발로 탈모를 가릴 수 있지만 아무래도 자연모발과는 차이가 크다. 지금으로서는 자신의 머리 뒤쪽 모발을 떼 내 앞쪽으로 옮겨 심는 모발이식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대구는 모발이식의 세계 중심이다. 메디시티 대구를 세계적으로 각인시키고 국제의료관광으로 연결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발이식은 국내외에서 일반화되다시피 한 분야이지만 대구에는 모발이식의 원천기술을 낳은 곳이어서 신뢰와 권위가 확실히 다르다. 그 중심에는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가 있고 센터를 이끄는 김정철 교수(57·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있다. 모발이식에 관한 한 ‘월드 베스트’이다.

경북대병원은 대학병원으로서는 처음으로 1996년 병원 안에 모발이식센터를 설립했다. 모발이식 수술을 받으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해 환자들이 몹시 불편했다.

이에 따라 2011년 1월 대구시내 중심부에 대구시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를 설립했다.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맞은편 노보텔 6층에 들어선 센터는 1485m²로 아시아 최대 규모이다.

김 교수는 1992년 모낭군 이식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제학회의 공인을 받았다. 한 개의 모낭(털주머니)에 한 가닥, 두 가닥, 세 가닥 등으로 제각각인 머리카락의 모낭을 털이 부족한 부분에 그대로 옮겨 심는 방식이다. 이 이식술은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표준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는 그동안 8000여 명에게 이 시술을 적용해 모발을 재건(再建)했다. 세계 최고 수준답게 ‘자연모발’을 되찾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센터는 연간 300명가량 이식수술을 하고 있다. 수술 원리는 얼핏 아주 간단한 것 같지만 모낭을 완벽하게 분리한 뒤 탈모 진행 상황을 예측하면서 심어야 하는 고도의 의술이 필요하다. 이식한 머리카락의 생존율은 90%가 넘는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 나라에서만 당장 모발 이식을 하면 ‘더 좋을’ 사람은 중국 2억∼3억 명 등 수억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경북대병원과 모발센터는 조만간 중국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시에 이식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세울 예정이다.

센터는 모발이식과 함께 모발 유전자 연구도 활발하다. 그동안 7000여 개의 모발 유전자를 찾아 세계에서 유일한 모발유전자은행을 구축했다. 대머리 부분에 바르면 머리카락이 생기는 발모제 개발 같은 목표도 이런 기초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떼어낼 모발이 부족한 경우에는 이식이 매우 어려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근(毛根)을 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모발 유전자 연구는 필수적이다.

센터는 ‘닥터 헤어 티티’라는 브랜드로 샴푸와 린스를 개발해 산학협력 기업인 ㈜트리코진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가늘어진 머리카락에 사용하면 도움이 돼 찾은 사람이 많다. 대구의 의료관광 상품으로도 인기다.

모발 이식을 하지 않고 탈모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김 교수는 “가난한 사람, 가난한 나라일수록 대머리가 매우 적다”는 상식적인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가난할수록 식생활 환경이 채식 위주라는 점이다. 식물성 음식의 어떤 성분이 탈모를 막는가 하는 점을 연구하고 있다. 식물성 천연물질에서 뽑아낸 성분을 먹는 방식으로 탈모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위해서도 모발 유전자 연구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

김 센터장은 모발 이식과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1992년 이후 대구를 떠나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여러 차례 김 교수를 스카우트하려고 했지만 그는 어떤 분야든 ‘실력’이 우선이라는 신념이 강하다. 실력이 확실하면 지구촌 어디서든 대구를 찾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덕분에 모발이식은 대구의 해외의료관광 진출에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모발이식을 넘어 머리카락과 털이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일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메디시티 대구#경북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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