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시티 대구]‘초정밀 뇌신경망 지도’로 뇌연구 새 차원 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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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뇌연구원

한국뇌연구원 이계주 뇌신경망연구부장이 3차원 전자현미경으로 뇌세포 구조를 관찰하고 있다.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한국뇌연구원 이계주 뇌신경망연구부장이 3차원 전자현미경으로 뇌세포 구조를 관찰하고 있다.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있는 한국뇌연구원(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은 최근 ‘초정밀 뇌신경망 지도’ 제작을 시작했다. ‘뇌 커넥톰’으로 부르는 이 지도는 뇌회로도이다. 기억과 성격 지능 등이 뇌에 어떻게 저장되고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우울증과 중독, 치매 등 뇌질환 치료를 위한 필수 연구다.

뇌신경망 지도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뇌 연구 프로젝트다. 미국은 10년 동안 3조6000억 원을 뇌 연구에 투자하는 계획을 2013년 발표했다. EU도 10년 동안 1조3000억 원을 투자해 사람의 뇌와 비슷한 기능을 갖춘 인공신경망을 개발하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뇌 연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뇌 연구 경쟁력이 앞으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이 임무를 수행해야 할 기관이 바로 한국뇌연구원(KBRI)이다. 뇌연구원은 대구 첨단의료산업의 상징이요, 대한민국 뇌연구의 구심점이다. 2014년 12월 의료복합단지에 신청사를 준공했다. 뇌연구원은 올해 안에 ‘대뇌피질 융합연구단’을 출범한다. 대뇌피질은 대뇌에서 가장 표면에 있는 부위로 고차원의 뇌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으로 기억 집중 사고 언어 각성 의식 등을 담당한다.

연구단은 앞으로 대뇌피질 연구에 필수적인 초정밀 뇌신경망 지도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전자현미경 분석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3차원 전자현미경을 내년에 추가로 1대 확보할 예정이다. 3차원 전자현미경은 뇌 신경세포(뉴런)의 연결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어 뇌 신경망 지도 제작에 필수적인 연구장비다.

뇌 신경망 지도를 구축하게 되면 뇌 구조와 기능을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다. 또 신경회로를 이용한 정서장애 및 뇌질환 조절 기술과 뇌손상 제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우울증이나 중독, 치매 같은 뇌질환의 구체적인 원인과 진행과정을 뇌신경회로와 신경세포 수준에서 파악해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올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과 대뇌피질 협력연구를 시작한다. 뇌 연구 권위자인 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64)은 “지금은 ‘뇌 연구의 대항해시대’라고 할 만큼 세계 각국의 뇌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1000억 개의 뇌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신경망 회로 가운데 일부라도 우리가 먼저 밝혀내면 뇌 연구를 국제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뇌연구원은 지난해 서울대병원과 고려대병원에 이어 최근에는 부산대병원과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과 뇌 연구 협력 및 뇌은행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뇌은행은 치매질환이나 자폐증 부적응 과잉행동 우울증 간질 등 뇌 질환 환자 등에게서 뇌 구성물을 기증 받아 보관하면서 연구에 활용하는 기관이다. 2020년까지 200명의 뇌 조직을 확보할 계획이다.

뇌연구원이 뇌지도 제작 등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핵심 과제는 뇌정밀의학 클러스터(3만5000m²)를 의료복합단지 안에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10년 계획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 계획은 뇌과학(뇌신경과학)과 뇌의학 뇌산업을 연결해 생애주기별로 나타날 수 있는 뇌질환에 맞춤형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려는 것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메디시티 대구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마인드(MIND) 클리닉 센터(조감도) 건립이다. 마인드는 Mood, Intelligence, New idea, Decision의 약자로 기분(정서), 지능, 새로운 생각, 판단력의 정상과 비정상을 생애주기별로 예방 진단 치료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영유아기 때의 자폐증과 간질, 청소년기의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청장년기의 정신분열 및 약물이나 게임중독, 뇌종양, 노년기의 알츠하이머나 뇌졸중(뇌중풍) 같은 퇴행성 혈관성 뇌질환을 맞춤형으로 대처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뇌 지도 구축과 대뇌피질 연구가 필수적이다. 정성진 한국뇌연구원 뇌정책연구센터장은 “뇌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며 “뇌 정밀의학 계획은 한국의 뇌 연구와 질환을 위한 최고 수준의 여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메디시티 대구#한국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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