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우정엽]‘마음대로’ 표본이 여론조사 왜곡한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사무소장 입력 2016-05-24 03:00수정 2016-05-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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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사무소장
총선 이후 여론조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개선 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수렴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선거와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여론조사 자체의 품질에 관한 문제, 여론조사 보도에 관한 문제, 정치에서의 여론조사 활용에 관한 문제다.

첫째 문제에서 중요한 요소는 응답자를 추출하여 표본을 구성하는 과정이다. 유권자 모두가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될 확률이 동일한가가 관건이다. 여기서 집 전화, 휴대전화 등의 조사 매개체에 따라 그 확률이 달라지는가의 문제가 생긴다. 휴대전화를 포함시키는 것이 젊은 세대를 더 조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여, 임의로 집 전화와 휴대전화의 구성비를 조절하는 것은 또 다른 왜곡이다.

응답률이 10%를 넘지 못하는 경우 공표를 금지하자는 논의도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관련성도 약하다. 확률 표집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응답률만 높이는 것은 조사의 질 향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우리나라 조사시장은 짧은 시간에 조사를 마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4∼6일이지만 우리는 하루, 길어야 이틀이다.

부정확한 여론조사가 횡행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도되지 말아야 할 여론조사가 보도되기 때문이다. 품질이 보장되는 여론조사를 위해 정부 인증을 거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이 역시 시장에서 자연히 조정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언론이 가장 중시하는 보도 기준은 확률 표집을 준수했느냐다. 뉴욕타임스 등 많은 언론들은 인터넷 여론조사, 자동응답 조사(한국의 경우 ARS 조사), 정당 혹은 개인이 발주한 여론조사를 보도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 인터넷 여론조사는 자발적 참여에 의해 구성된 패널에 의존하므로 확률 표집이 지켜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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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활용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론조사 수치를 점수로 환산해 선거 과정에 이용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향을 낳았다. 여론조사의 응답자와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는 엄연히 다르다.

1936년 대통령 선거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미국의 갤럽은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선거에서 누가 앞서는지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변화한 여론조사 환경이 예측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맹신적 의존에서 벗어나야 여론조사 개선에 대한 올바른 논의가 시작된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사무소장
#여론조사#여론조사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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