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구멍가게 수준 VR콘텐츠산업

임우선기자 입력 2016-05-24 03:00수정 2016-05-24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작년에 플레이보이 미국 본사에서 ‘같이 가상현실(VR) 일을 해보겠냐’는 이메일이 왔었어요. 그런데 잘 안됐죠. 답장을 쓸 정도로 영어가 안 됐고…. 만나러 갈 비행기 삯도 없었거든요.”

기자는 지난주 토요판 커버스토리로 보도한 ‘눈앞의 신세계, VR 혁명’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국내 VR 콘텐츠 전문 제작사인 ‘베레스트’ 사무실에 갔었다. 베레스트는 최근 LG유플러스 플랫폼에 들어가는 VR 콘텐츠를 비롯해 대기업 및 대형 연예기획사의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다. 하지만 아직 베레스트의 규모는 영세했다.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4명의 직원이 함께 있었다.

이 업체의 권기호 PD는 “작년보다는 훨씬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일감이 없어 ‘뭘 해야 하나’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그런데 지난해 3월 유튜브에 VR 콘텐츠 전용 코너가 생겼고 그 덕에 우리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국내외에 보여줘 다양한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베레스트의 콘텐츠는 국내보다 해외 유저들에게 더 큰 인기였다. 2000개에 육박하는 댓글 대부분은 각종 외국어로 작성된 것이었다. 플레이보이 측이 ‘콘텐츠가 마음에 든다’며 연락을 해 온 것도 그 덕분이었다. 하지만 너무 영세해 좋은 이력을 만들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주요기사

VR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벌써 400여 개의 VR 제작사가 생겼다. 문제는 대부분 1인 업체 혹은 5명 내외 규모의 영세 제작사란 점이다. 콘텐츠 제작 역량이 아무리 좋아도 거래 상대로부터 제값을 받거나 글로벌로 나가긴 힘든 규모다. 자리를 함께한 두런미디어 박진병 기획팀장은 “그런데도 정부는 VR 테마파크 같은 건물 얘기만 한다”며 “차라리 1억 원 상금을 걸고 VR 콘테스트 같은 걸 하면 콘텐츠도 꽃피고 작은 업체들도 키울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VR 산업을 꽃피우겠다며 누리꿈스퀘어 리모델링에 125억 원을 투자하고 수백억 원 규모의 VR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들어갈 상품도 없는데 백화점 건물만 세우는 꼴’이란 업계의 지적을 귀담아들었으면 한다.

임우선·산업부 imsun@donga.com
#vr#가상현실#플레이보이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