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 전날 연타석 홈런에도 벤치 지킨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6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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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툰 시스템(Platoon system). 한 포지션에 2명의 선수를 번갈아 가면서 기용하는 방식이다. 대상자는 플래툰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우완 상대 좌타자, 좌완 상대 우타자들이 플레툰 플레이어다. 한 포지션에 공격을 우선하고 경기 후반에 수비수로 대체하는 것도 플레툰 시스템이다. 야구와 풋볼에서 주로 사용한다.

1940년대 이후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지도자 케이시 스텡겔 감독이 애용했다. 스타플레이어에게는 플래툰을 사용할 수 없다. 불만이 나오기 때문이다. 1988년 뉴욕 메츠 외야수 스위치히터 무키 윌슨은 데이비 존슨 감독이 레니 다익스트라와 계속 플래툰 플레이어로 활용하자 트레이드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가 된 윌슨은 토론토로 이적했다.

시애틀 제리 디포토 단장과 스콧 서비스 감독은 이번 시즌 우타자 이대호를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키면서 좌타자 애덤 린드와 함께 장타력을 기대한다며 플레툰 시스템을 공표했다. 다른 포지션은 플래툰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다. 좌완이 등판해도 좌익수 좌타자 아오키 노리치키는 톱타자로 기용된다.

서비스 감독은 6일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전에서 전날 연타석 홈런을 때린 이대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휴스턴 선발에 우완 크리스 드벤스키가 나섰기 때문이다. 린드는 이날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팀은 9회 초 로빈슨 카노의 3타점 2루타에 힘입어 6-3으로 승리해 4연승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고수했다.

1루 포지션은 장타력으로 득점을 생산하는 포지션이다. 1루수에게는 최소한 홈런 20개 이상은 생산돼야 한다. 현재 장타력에서 이대호와 린드는 거꾸로 가고 있다. 린드는 24경기에 출장해 78타수에 홈런 1개다. 장타력은 0.282다.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 투수급의 장타력이다. 샌프란시스코 좌완 매디슨 범가너의 장타력은 0.357이다. 출장기회가 적은 이대호는 15경기에서 32타수 동안 4개 홈런을 때렸다. 장타력이 0.656이다. 서비스 감독은 KBO 리그, 일본 시리즈 MVP 수상 등을 무시하고 타순도 8번이다. 한마디로 푸대접이다.

플래툰으로 손해보는 타자는 이대호다. 연타석 홈런으로 방망이에 불이 붙는데도 서비스 감독은 오히려 찬물을 끼얹어 버린다. 타격의 리듬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트레이드를 요청할 처지도 안 되는 이대호로서는 어쩌다 출장하는 게임이 플레이오프처럼 긴장된다. 오는 8일 좌완 댈러스 카이클이 예고돼 있으니 그 날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LA=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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