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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맨부커상 도전과 문학한류 가능성

입력 2016-04-13 03:00업데이트 2016-04-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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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씨의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의 반응이 괜찮다. 멕시코 얘기다. 이 책은 세 달 전 ‘마법의 빵집’이라는 제목으로 멕시코에서 출간됐다. 초판 1만 부를 찍었는데 청소년 번역물로는 드물게 많은 발행부수라고 한다. 블로그에 올라온 반응들은 이렇다. ‘한국 문학은 전혀 읽어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은 나를 매료시켰다’ ‘아시아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 이 경험은 나를 경탄케 했다’ ‘더 많은 한국 작가의 작품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강 씨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외국소설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달아올랐다. 14일 최종 후보 발표를 앞두고 기대도 적잖다. 이 작품의 선전이 놀랍지만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받는 조명도 다채로워 고무적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번역 출판을 지원한 한국문학번역원은 이 책을 출간한 멕시코 노스트라 출판사의 마우리시오 볼피 대표의 말을 인용해 “(‘위저드 베이커리’가) 케이팝에 매혹된 멕시코 청소년들에게 한국을 또 다른 차원에서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정 씨의 소설 ‘7년의 밤’은 지난해 독일 주간지 ‘차이트’의 ‘올해의 추리소설 리스트’ 9위에 오르면서 영국과 미국, 유럽과 일본 추리소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천명관 씨의 ‘고령화 가족’은 미국 잡지 ‘오늘의 세계문학(WLT)’에 ‘주목할 만한 번역도서’로 선정됐다. 배수아 씨의 소설 ‘철수’도 지난해 국제펜클럽이 주관하는 ‘PEN 번역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올 들어 미국의 ‘마노아’, 프랑스의 ‘마가진 리테레르’, 러시아의 ‘외국문학’ 등 세계의 문예지들이 한국 문학 특집을 잇달아 선보였다. 그간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둘러싼 기대와 허탈감이 교차해 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 새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거둔 성과는 이렇게 알차다.

‘채식주의자’를 번역 지원한 대산문화재단의 곽효환 상무는 “번역 지원 사업의 목표는 ‘지원 사업’이라는 게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 출판사와 국내 작품을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해외 출판사들이 한국 작품을 직접 찾아 출판하는 과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출판사들이 해외 소설을 출간하는 방식처럼 말이다. 결국 “해외 유수의 문학상 수상이 목표가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 문학이 폭넓게 소비되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는 곽 상무의 일리 있는 주장이다.

20년 넘게, 1000건이 넘는 우리 작품들이 해외에 번역 소개됐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라는 목표로 달린 이래 가장 멀리 왔다. 맨부커상 혹은 다른 문학상들의 결과가 어떠하든, 이 목표는 실현되고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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