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순찰차 내 음독 사망’ 유족에게 진상 제대로 안 알려

밀양=강정훈기자 입력 2016-04-08 20:22수정 2016-04-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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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날 경남 밀양에서 파출소로 연행되던 60대 음주운전 용의자가 순찰차에서 농약을 마시고 숨진 사건에 대해 경찰이 유족에게 진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정황이 드러나 다시 비난을 사고 있다. ‘순찰차 내 음독’ 사실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족에게서 ‘출동 경찰관의 징계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받아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숨진 용의자(67)의 딸 A 씨(35)는 “아버지가 순찰차에서 농약을 마셨다는 사실은 장례를 치르고 사망신고를 한 이후인 2월 15일에야 경찰이 알려줬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사건 당일은 물론 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9일에도 경찰이 아버지 병문안을 왔으나 ‘순찰차 내 음독’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 등은 병원 3곳을 옮겨 다니던 아버지가 11일 숨지자 13일 장례를 치르고 15일 사망신고를 했다.

A 씨는 “15일 파출소를 방문하자 경찰관이 ‘(당신의) 아버지가 농약을 마시고 순찰차에 탔고, 순찰차에서도 몇 차례 농약을 마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순찰차 내 음독’ 부분을 애매하게 얘기해 아버지가 순찰차를 타기 전 음독한 것이 사망원인으로 생각하고 탄원서까지 써줬다는 것이다. A 씨가 쓴 탄원서에는 ‘출동경찰의 노고에 감사한다. 징계가 내려진다면 경찰을 볼 면목이 없다.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건 당일 경찰이 밀양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채혈을 시도한 것도 문제됐다. A 씨는 “경찰이 순찰차에서 아버지의 음독 사실을 확인했으면 바로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게 맞지 않느냐.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채혈을 하느라 대형 병원으로 이송이 30분 정도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많은 부분에 의구심이 있는 만큼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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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경찰은 “장례를 마치고 유족이 방문하기로 돼있어 ‘순찰차 음독’은 그 때 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어 “‘음주 소란’으로 최초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에 채혈을 시도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목숨을 살리는 것을 우선시하지 않은 부분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고인이 위 세척과 치료를 거부해 가족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덧붙였다.

밀양경찰서 삼랑진 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경위)은 2월 8일 “차량 옆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용의자로 보고 순찰차에 태워 파출소로 연행했으나 뒷자리에 혼자 탔던 고인은 순찰차 안에서 4차례 음독을 하고 사흘 뒤 숨졌다. 경찰은 언론에서 취재를 시작하자 지난달 말 징계위원회를 열고 임의동행 수칙을 어긴 사실에 대해 동승한 경찰관은 감봉 1개월, 운전 경찰관은 불문경고 처분을 했다.

밀양=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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