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소수자 차별 막아낸 ‘자본의 힘’

부형권특파원 입력 2016-03-31 03:00수정 2016-03-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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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등 채용거부 허용’ 법안… 기업들 “발효땐 투자 철회” 압박
조지아주지사, 결국 거부권 행사
“주지사가 전능하신 하나님이 아니라, 더욱 전능한 자본에 무릎을 꿇었다.”

미국 조지아 주의 공화당 소속 네이선 딜 주지사가 28일 이른바 ‘종교자유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자 법안을 주도한 주 상하원 공화당 의원들과 종교단체 지도자들이 이렇게 비판했다고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조지아 주의회는 16일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같은 성(性)소수자(LGBT)에 대한 서비스를 종교적 신념에 따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법안(HB757)을 가결해 주지사에게 보냈다. 법안은 종교인들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커플의 결혼식 주례나 참석을 거부할 수 있고 종교적 비영리단체나 사립학교가 같은 이유로 성소수자를 채용하지 않거나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 삼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진보적 인권단체와 대기업들은 “성소수자를 마음껏 차별해도 좋다는 면허증 같은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월트디즈니 애플 타임워너 인텔 같은 굴지의 기업들은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면 조지아에서 모든 기업 활동을 중단하거나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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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주지사는 성명에서 “법안에 찬성하는 종교 지도자들은 나의 도덕적 신념을 모욕하고, 반대하는 산업계에선 ‘조지아에서 일자리를 빼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런 모욕이나 위협이 아니라 나 자신의 합리적 판단을 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적 신념에 기반을 둔 공동체도 보호해야 하지만 조지아의 일자리를 늘리는 친기업적 환경을 제공하는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자본의 압력에 소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발언이었다.

CNN은 “딜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5월 3일인데도 이렇게 일찍 결정한 것은 대기업들의 경제적 압력이 엄청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지아 주의회 공화당 의원들은 “거부된 법안을 상하원 3분의 2의 투표로 재가결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조지아#성소수자#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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