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양반집 도련님’ 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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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로 번역되는 웰빙도 정치와 합치면 부정적 의미를 띠게 된다.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 웰빙은 2005년 7월 15일자 본보 사설에서 정치 용어로 처음 썼다. 사설은 “야당인 한나라당은 숙성된 정치·정책관도 없이 정부여당의 비정과 실책에 편승해 반사이익이나 취하려는 행태가 완전히 몸에 밴 듯하다”면서 “웰빙족이 돼버린 한나라당”이라고 비판했다. 이때부터 웰빙족(族), 웰빙 체질이라는 말이 한나라당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2006년 3월 3일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정권(노무현 정권)은 사악한 정권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긴장감이 떨어져 있다. 해변에 놀러 나온 사람들 같다”고 소속 당을 비판했다. 대권 경쟁자이자 한나라당을 이끌던 박근혜 대표가 이 시장의 비판에 발끈해 “당을 희생 삼아 개인플레이만 하는 사람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논란이 뜨거워졌다. ‘해변에 놀러 나온 사람’이란 말은 한동안 한나라당에서 유행어가 됐다.

▷2007년 8월 17일자 본보는 한나라당을 ‘초식동물’이라고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사설을 썼다. “제1 야당이 초식동물의 이빨로 우물거리고만 있으니…언론탄압 하수인들이 맹수의 이빨로 마음 놓고 언론을 물어뜯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초식동물에 비유했다. 풀을 먹는 초식동물은 순하다. 한번 물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맹수 같은 질기고 흉포한 근성이 없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5년 내내 광우병 파동을 비롯해 맹수 같은 진보좌파 세력에 시달렸다. 맹수의 기세에 겁먹은 초식동물이 따로 없었다.

▷한나라당을 계승한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현역이라도 ‘양반집 도련님’은 공천하지 않겠다는 투로 말했다. 어떤 의원이 양반집 도련님 같을까. 이 위원장은 “중요한 이슈 같은 게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월급쟁이 비슷하게 지내느라 4년 동안 별로 존재감이 없던 사람”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웰빙 체질에, 해변에 놀러 나온, 초식동물 같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웰빙#한나라당#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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