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안전까지 ‘저가’인가요

김성규기자 , 박은서기자 입력 2016-01-05 03:00수정 2016-0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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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사고-운항 차질에 불만 커져 ‘하인리히의 법칙’은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 수많은 작은 사고와 징후가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최근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이 사고 나는 걸 보면 조만간 큰 사고가 한번 날 것 같아 불안하다”며 “LCC가 양적으로만 급격히 성장한 후 나타나는 후유증으로 보인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LCC에서 연달아 사고나 정비 결함 등이 발생하면서 LCC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애경그룹 계열사로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23일 여객기 내 여압장치 이상으로 여객기가 급강하해 승객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같은 달 에어부산,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에서도 기체 이상으로 결항과 회항이 잇따랐다. 이달 3일에는 진에어 항공기가 출입구가 덜 닫힌 것으로 추정되는 이상으로 급히 회항했다. CNN은 4일(현지 시간) 인터넷판 톱뉴스에서 ‘비행기, 문 연 채로 1만 피트(약 3048m) 날아올라’라는 제목으로 이번 사고를 전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도 이날 승무원을 만나 조사를 벌였다. 이날 조사로 김포∼제주 노선 8편의 운항이 결항되거나 지연됐다.

4일 진에어 사고 소식을 톱뉴스로 전한 CNN 인터넷판. CNN 캡처
이용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3일 오후 진에어를 타고 일본 오키나와(沖繩)로 가려던 이모 씨(26·여)는 아예 여행을 취소해 버렸다. ‘출입문 굉음’ 사고로 일정이 15시간이나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낮에 이미 공항에 도착했는데 대책도 없이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리라고 해 승객 모두 화가 났다”며 “보상금으로 5만 원을 받았는데 현지 숙박·투어 취소비가 훨씬 더 들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는 사고 및 결항이 LCC의 급속한 양적 팽창에 따른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치열한 경쟁으로 ‘비용 절감’에만 치중했던 LCC가 승무원 교육과 안전 문제는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가 제주항공 사고를 조사한 결과 여압장치 고장은 발견되지 않아 조종사가 과실로 여압장치를 켜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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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에 급급한 과열 경쟁으로 안전을 소홀히 했던 것은 꾸준히 지적됐던 문제다. 2013년 이스타항공은 승무원 승무시간 제한을 어겼다가 과징금 처분을 받았고, 티웨이항공은 2014년 비상구 쪽 좌석에 15세 미만의 승객을 배정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여기에 항공시장이 커지면서 조종사 수요가 많아지자 ‘베테랑’ 조종사는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고 최소 요건만 채운 조종사들이 LCC에 많이 투입된 점과 LCC가 노후 기종을 많이 쓰는 점도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허 교수는 “그간 LCC의 보유 항공기와 여객 수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인력 사정 등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토부의 긴급점검을 LCC들이 안전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CC는 한번 사고가 나면 뒤따르는 파장도 크다. 제주항공은 사고 후 이틀 뒤까지 하루에 김포∼제주 노선 20여 편씩 운항이 지연됐고, 진에어의 경우 대체기 투입의 여파로 김포∼일본 오키나와 노선 운항 일정이 사고 하루 뒤인 4일까지도 15시간씩 지연됐다. 이는 LCC들이 운영하는 항공기 수 자체가 대형 항공사에 비해 적은 데다, 거의 모든 항공기를 항시 ‘풀가동’하고 있어 사고가 났을 때 대체편을 투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성규 sunggyu@donga.com·박은서 기자
#저가항공#안전#하인리히의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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