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집중화로 무장한 강소기업, 세계로 날아오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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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시장 주름잡는 비결은 ‘선택과 집중’
불황 무풍지대 ‘은둔의 강자들’ 현장 속으로

#1 . 스피커 분야 은둔의 강자 ‘성주음향’

㈜성주음향은 스피커 분야에서 은둔의 강자로 통한다. ‘소리’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회사지만 알고 보면 소리 없이 강하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스피커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무려 27년 동안 음향기기 한 우물을 파왔다.

삼성전자와 파나소닉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이 주요 거래처다. 수출지역도 동남아와 중국 유럽 미국 브라질 등 오대양 육대주를 가리지 않는다. 2009년에는 스피커 1억 개 생산을 돌파해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올렸고, 이듬해에는 7000만 달러 수출탑도 받았다. 올해 8월에는 베트남에 공장이 추가로 완공되면서 ‘스피커 1등 기업’이라는 목표에 바짝 다가섰다. 성주음향의 고유한 기술은 사람들이 어느 장소에 있더라도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해 ‘이동의 자유’를 줬다.

#2 . ‘메쉬’ 패브릭 돌풍의 주역 ‘윈텍스’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윈텍스는 기능성 고탄력 직물인 ‘메쉬(Mesh)’ 패브릭 돌풍의 주역이다. 구멍이 송송 뚫린 천으로 탄력성과 신축성이 강한 메쉬는 요즘 사무용 의자업체들이 앞다퉈 채택하는 소재다. 윈텍스는 이 메쉬 소재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체 개발해 내수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1999년 인천 청천동의 3평 남짓 되는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16여 년이 지난 현재, 5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올 매출 200억 원을 바라보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총 130억 원을 투자해 구미에 대지면적 6000평, 건평 4000평 규모의 기능성 직물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내년 상반기 신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최대 수준인 연간 600만 야드의 기능성 직물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3 . 36년 동안 ‘김’ 한우물 ‘만전식품’

경기 하남에 위치한 만전식품㈜은 36년 동안 오로지 식탁에 오르는 ‘김’ 한 우물만 파온 업체다. 1979년 서울 중부시장에서 ‘만전상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출발한 이 회사는 얽히고설킨 사업 다각화를 지양하며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내달렸다.

만전식품이 생산하는 제품들은 백화점과 중대형 마트, 온라인 등을 비롯해 호텔, 레스토랑, 주한 미군에까지 납품되며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각국과 유럽, 중남미시장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27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다. 2013년에는 5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난달에는 중국 산둥 성 1위 유통체인인 가가열그룹과 김 가공식품 납품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앞으로 수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 밖에 작은 공구상에서 출발해 창업 40여 년 만에 연매출 3900억 원의 국내 대표 공구업체를 일군 크레텍책임㈜, 세계가 깜짝 놀랄 특수 열처리기술로 국내외 시장을 접수할 채비를 마친 ㈜하이스텐도 몸집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케이스다.

모두가 작지만 강한 토종 한국기업의 롤 모델이다. 회사 규모는 작지만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다. 이들은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 등 모든 항목에서 일반 기업을 능가하는 성적표를 쥐고 있다.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의 공통적인 경영전략은 핵심역량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자원과 역량을 한 가지 제품에만 집중하고 국내외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거느리고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로를 개척하고, 우리 사회에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강소기업들이다.

성장이 조금 늦더라도 긴 호흡으로 멀리 가는 업체도 있고,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력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한 회사도 있다.

또 높은 가치, 낮은 가격을 기치로 내세우고 소비자와 함께 가는 데서 보람을 찾는 기업도 있다.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직접 시장을 공략하는 대신 국내외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사례도 있다. 이들이 더욱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를 나누는 기업이 될 때 우리 사회가 튼실하게 발전할 수 있다.

‘집중화’ 전략은 여전히 이들 강소기업의 가장 중요한 경영전략이다. 매출 하위 제품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인기가 높은 제품군에 투자하며 잘하는 것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파란만장한 역경의 과거사를 딛고 굽이굽이 불황을 넘으며 강소기업으로 우뚝 선 경영자들은 말한다. “제품 하나로 성장을 일궈냈고 맡은 분야에서 1등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고. 중소기업이라고 정부 지원만 바랄 것이 아니라 자생력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한 가지 제품에 집중해 국내외 시장의 강자가 된 강소기업들. 성공을 위해서는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교훈을 알려주고 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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