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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단군이 일본 조상神의 동생이라고?

입력 2015-11-05 03:00업데이트 2015-11-05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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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 뒤에 숨은 일제의 정치-군사적 노림수
1876년 일본 육군 참모국이 제작한 ‘조선전도’에서 평양 일대를 확대한 부분. 평안도 강동현 부근에 단군묘(①)가, 평양 옆에 기자전(②)이 각각 표시돼 있다. 박준형 학예연구사 제공
일본이 한반도 침략을 본격화하기 직전 메이지시대에 작성한 한반도 지도에 단군묘(檀君墓)와 기자전(箕子殿)을 표기한 사실이 밝혀졌다. 단군을 일본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의 동생으로 간주한 당시 정한론(征韓論)자들의 침략 논리가 지도에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준형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최근 발표한 ‘메이지시기 조선지도에 표기된 단군묘와 기자전’ 논문에서 “1876년 발간된 조선전도(朝鮮全圖)를 비롯해 조선여지전도(朝鮮輿地全圖·1875년), 신찬 조선여지전도(新撰 朝鮮輿地全圖·1882년), 조선여지도(朝鮮輿地圖·1894년), 실지답사 만한대지도(實地踏査 滿韓大地圖·1904년)의 5개 일본 지도에 단군묘와 기자전이 모두 표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지도들에는 평안도 강동현 부근에 단군묘가, 평양 옆에 기자전이 각각 표시돼 있다.

이 가운데 조선전도는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해인 1876년 일본 육군 참모국이 제작한 군사지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지도는 가로 97cm, 세로 134cm 크기(축척 100만분의 1)로 한강 입구와 대동강, 부산포, 영흥만의 세부 지도와 함께 구체적인 수심까지 적시해 한반도 침략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지도임을 알 수 있다. 일본 육군 참모국은 1871년부터 조선에 대한 기밀을 수집했는데, 일본 해군성 수로국은 한반도 해안을 몰래 정탐하며 수심을 측량했다. 일본군은 해군의 측량 자료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 조선 왕조의 관찬 지리지, 서양의 해로도 등을 참조해 이 지도를 만들었다.

당시 일본은 1875년 9월 운요호 사건을 계기로 군함을 동원해 1876년 2월 불평등 조약으로 꼽히는 강화도조약을 조선과 맺었다.

일본이 민감한 군사지도에 굳이 단군묘와 기자전을 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학예사는 에도시대와 메이지 초기에 걸쳐 단군을 조상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동생 ‘스사노오노미코토(素殘嗚尊)’라고 강변한 정한론자들의 거짓된 신화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는 “이 신화는 일선동조론, 임나일본부설과 더불어 한반도 침략의 역사적 명분을 제공했다”며 “단군묘와 기자전을 표시한 군사지도는 일본이 이미 메이지시대부터 한반도 침략 논리를 준비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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