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부터 오바마까지… 그의 양복을 입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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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 9명의 ‘양복 장인’ 별세
“레이건-부시, 장인 대우할 줄 알아… 클린턴은 까다롭고 요구사항 많아”

린든 존슨 전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까지 9명의 미국 대통령 양복을 만든 프랑스 출신 양복 재단사 조르주 드 파리(사진)가 13일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서 별세했다. 향년 81세.

1934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 초 미국인 여자친구와 사랑에 빠져 워싱턴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도착 직후부터 둘의 사이는 삐걱거렸고 여자친구는 그의 전 재산 4000달러를 들고 사라져버렸다. 아는 사람도 없고 영어도 잘 못했던 드 파리는 9개월간 노숙자 신세로 백악관 근처 공터와 공원에서 잠을 자며 구걸로 생계를 이어갔다.

우연히 언어가 통하는 프랑스 출신 캐나다인을 만나 그의 양복점에서 일하며 드 파리의 인생이 바뀌었다. 드 파리의 양복을 마음에 들어 했던 오토 패스먼 루이지애나 주 하원의원이 그를 린든 존슨 당시 부통령에게 소개한 것. 그는 1963년 11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로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 후부터 미 대통령들의 옷을 전담 제작해 왔다.

9명의 대통령 중 그가 좋아했던 사람은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드 파리는 “두 사람은 친근하고 사교적이었으며 옷감의 질과 장인의 노력을 치하할 줄 알았다”고 평가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해선 “항상 다정했고 늘 미국이 좋으냐고 묻곤 했다”고 회상했다. 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선 “까다롭고 요구 사항이 많았으며 나의 존재를 무시했다”고 혹평했다.

백악관 인근에 위치한 그의 양복점은 대통령은 물론 상원의원 등 정계 거물과 그 가족이 선호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는 한 벌에 약 3000달러(약 354만 원)를 받고 옷을 만들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존슨#오바마#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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