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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도서정가제 열 달… 유난히 고전하는 어린이책 시장

입력 2015-09-04 03:00업데이트 2015-09-04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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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의 한 대형서점 어린이 책 코너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어린이 책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가제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며 경쟁력 강화를 요구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요즘처럼 힘든 시절은 처음인 것 같다. 이러다가 어린이 책 시장이 회복 불능의 지경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최근 만난 국내 대형 어린이 책 출판사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어린이 책 시장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아일보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인 어린이 책 출판사 3곳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출판사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하락했다. 출간 종수도 지난해 54권에서 41권으로 24% 줄었다. B출판사는 전체 매출이 20%가량 줄었다. C출판사의 전체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신간 매출은 20% 감소했다. 실제 교보문고에 따르면 1∼8월 유아, 아동도서 전체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 하락했다.


출판사들은 지난해 11월 시행된 도서정가제의 여파라고 주장한다. 정가제로 신·구간 구분 없이 최대 15%로 할인율이 제한되면서 그동안 할인율이 컸던 어린이 책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책 가격은 올랐지만 출판사가 서점에 납품하는 단가(공급률)는 이전 그대로이기 때문에 매출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A출판사 관계자는 “전집이 많은 어린이 책은 할인율이 일반 책보다 컸는데, 할인율이 낮아지면서 판매가 줄었다”고 했다.

도서정가제로 가격이 오르면서 어린이 책 시장의 ‘큰손’이었던 공공도서관의 구매가 줄어든 것도 출판사들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정가제 시행 전 도서관은 ‘정가제 적용 예외 기관’으로 분류돼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최대 35∼40% 할인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공도서관 679곳의 올해 도서구입비도 383억 원으로 지난해 보다 29억 원이 줄었다.

도서정가제로 가격부담을 느낀 독자들이 예스24, 인터파크도서,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의 중고서점을 활발히 이용하는 것도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 책의 중고 구매나 물려주기도 활성화하고 있다. 4월 시작된 예스24의 중고책 매입 서비스인 ‘바이백’의 매출은 매월 30%포인트 이상 증가하고 있다.

C출판사 관계자는 “도서정가제는 서점과 출판사들이 모두 원했던 것이지만, 실제 시행할 때 생기는 이런 부작용을 예상한 세심한 정책적 고려가 아쉽다”고 했다.

출판사들의 향후 전망도 비관적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판사 393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책 분야는 학습지, 단행본 등 주력 출판 분야 중 ‘2015년 매출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4.8%로 가장 높았다. ‘향후 기획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46.5%로 가장 높았다. B출판사 관계자는 “불황이 계속되면 신간이 줄고 그만큼 양질의 책을 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어린이 책 시장의 어려움을 도서정가제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출판사들이 정가제 시행에 앞서 매출 하락을 우려해 지난해 하반기 물량을 쏟아낸 여파로 올해 상반기 잠시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워낙 많은 책이 나왔다. 그래서 올해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정가제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생기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백원근 ‘책과 사회 연구소’ 대표는 “주로 전집류를 팔던 어린이 책 출판사들이 정가제 시행으로 할인을 못해 시장에서 경착륙하고 있다”며 “부모들의 교육 욕구가 여전한 만큼 어린이 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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