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준 작가 “나란 존재는 나로만 사는 게 아니라 관계 속의 나”

김지영기자 입력 2015-09-03 03:00수정 2015-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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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펴낸 정용준 작가
새 단편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서 잘 짜인 선명한 서사를 구현한 소설가 정용준 씨. 동아일보DB
한국 문학의 단편 중심 경향은 최근 집중적으로 비판받아 왔다. 단편에 몰입하다 보면 문체는 정교해질 수 있지만 서사가 약해진다는 지적이었다.

정용준 씨(34)의 새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는 어떨까. 이 작가의 작품은 전통적인 단편 스타일을 따르지 않았다. 원고지 100여 장 분량의 그의 단편들은 대개 다음 페이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그는 젊은 작가들 중에서도 한국 문단에서 두드러지게 주목받았다. 1일 광주에서 강의를 마친 정 씨는 전화상으로 “내면, 문장, 깊이에 침잠돼 서사가 활발하게 전개되지 않는 것을 문학적으로 여겨 온 그간의 경향과는 다르다는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표제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는 남자 간호조무사가 자신이 있는 병원의 환자로 들어온 아버지를 수십 년 만에 만나는 이야기다. 그 아버지는 남자가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죽였고 수감 생활을 하다가 신부전증이 악화돼 출소했다. 아들의 눈치를 보면서 정을 호소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밀어내려는 아들이 팽팽하게 갈등한다. ‘474번’에선 온천에서 쉬던 국회의원들을 한꺼번에 죽인 살인범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긴장감을 높여 간다. 모두 짧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아내를 죽인 남자의 자식(‘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자신의 딸을 범한 남자의 아들(‘474번’) 등에서 핏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정용준 씨는 이에 대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됐다. 나는 어떻게 이루어진 건지, 내 피에 무엇이 있는 건지”라고 밝혔다. 그는 “첫 소설집에선 내 안의 문제를 사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내 문제만이 아니었다”면서 “나라는 존재가 오롯이 나로만 사는 게 아니라 ‘관계에 의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로 이뤄진 가족, 공동체, 사회까지 관계를 확장시켜 보면서 그 안에서 고민한 나의 모습을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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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선보인 소설 리뷰 중심 문예지 ‘악스트(Axt)’의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악스트’는 주요 문학출판사들의 문예지와 맞먹는 판매부수로 돌풍을 일으켜 화제가 됐다. 표절 파문으로 어느 때보다 큰 충격과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 문학에 대해 정 씨는 “지금까지 합의됐던 문학성은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라면서 “그간의 폐쇄성을 뚫고 독자들과 다양하게 교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기대를 보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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