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여 년간 같은 실험이 수십 차례 이뤄졌는데 결과는 항상 동일했다. 세 번째 모임에서 새로운 것이라며 낸 아이디어가 실제로는 첫 번째 모임에서 다른 사람이 제안했던 아이디어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기억 속에 있는 내용의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고 원래 내 것으로 착각하는 ‘잠복기억’에 관한 실험이었다.
비틀스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은 1969년 ‘My sweet lord’를 발표해 세계적으로 히트했지만 얼마 후 여성 그룹 치폰스에게 ‘He‘s so fine’(1963년)이란 그들의 곡을 표절했다고 소송을 당했다. 멜로디는 거의 비슷했다. 재판부는 해리슨이 무의식적 기억 속에 있는 것을 의도치 않게 복사한 것 같지만 표절은 표절인 만큼 이익금 가운데 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우리 기억은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고 잊히고 변형된다.
저자는 기억과 망각은 형태만 다를 뿐 같은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기억은 기억하려는 사람의 의지와 무관하게 제 갈 길을 간다는 것. 결국 무엇을 기억했느냐가 아니라 그 기억을 갖기 위해 쏟은 헌신이 더 소중하다는 저자의 결론은 기억과 망각이 주는 삶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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