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일상에 지친 당신, 버킷리스트 만들어 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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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이죠. 어렸을 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다가도, 막상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린 유년을 그리워해요. 돈을 버느라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가도, 훗날 건강을 되찾는 데 전 재산을 투자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파울루 코엘류·문학동네·2008년) 》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최근 등장한 어느 카드회사 광고 속 대사다. 무덥고 나른한 주말 지친 몸을 침대에 파묻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다 아까운 주말이 지나갈 때쯤이면 서글픈 직장인으로 돌아온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벌써부터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평일이 주말처럼 즐거웠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위에 사로잡혀 정작 살아 있는 오늘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된 걸까.

브라질 작가 코엘류는 자신의 수필집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인간 존재의 흥미로움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미래에 골몰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다가, 결국에는 현재도 미래도 놓쳐 버리고요. 영원히 죽지 않을 듯 살다가 살아 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어 가죠.” 사실 흥미롭기보다는 서글픈 일이다.

최근 후배 한 명이 ‘살아 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지 않기 위해 색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를 통해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를 공유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생각보다 반응은 뜨거웠다. 버킷리스트를 공유하고 SNS에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혼자 세계일주를 꿈꾸던 이들은 실제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온 멘토의 강연을 듣고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후배는 최근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녹음하기 위해 전문 성우에게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 덕분에 나도 자극을 받았다. 일상생활에 찌들어 아까운 주말을 흘려보내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올여름 휴가에는 차분한 마음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야겠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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