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것만으로…먹고 살 수 있을까?” 선배 시인의 조언은…

김지영기자 입력 2015-07-12 14:14수정 2015-07-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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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지도 않은 눈물을 흘렸고 그것도 모자라 인공눈물까지 샀다. 병원은 커다란 안경을 통해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유리조각이 박혀 있다고 했다.”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경동고 도서실. 시인 이병률 씨(48)가 자신의 시 ‘내가 본 것’을 낭송했다. 장난기 넘치던 남학생 30여 명이 조용해졌다. 경동고는 시인이 1986년 졸업한 모교다. “학교에 이렇게 멋진 도서관이 있지도 않았고, 동네에 이렇게 아파트가 많이 있지도 않았다.” 고교 시절을 돌아보던 이 씨는 “그래도 사내애들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덩치는 큰데 어린아이 같고, 불안이 서려 있고…”라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한국작가회의가 마련한 ‘시인 모교 방문 시 읽어주기’의 첫 행사였다. 이 씨는 ‘눈사람여관’ 등 시집 4권을 냈고 여행에세이 ‘끌림’이 8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여행 작가로도 유명해졌다. 이달 초 펴낸 여행에세이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 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잘 못했다. 고2 때 시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문예창작과(서울예대)에 들어갔는데 다들 끼가 넘쳤다. 신입생 대표로 노래 부른 사람이 김건모, 내 옆에 앉아 글 쓰는 사람이 노희경…. 그만한 끼가 있는지, 꿈꾸던 시인이 될 수 있을지 암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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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가 되겠다는 이우섭 군(18)은 “시를 쓰는 것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 것 같아 교사를 되려고 하는데 시 쓰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 씨는 “나도 시를 써서 돈을 벌기 어렵다는 걸 알고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우체국에 가서 청취자들이 보내온 엽서를 자루에 담아 나르는 게 첫 업무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시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아 신춘문예에 일곱 번 도전해 당선됐다는 말에 학생들은 탄성을 질렀다. 현재 달출판사 대표인 이 씨는 이 군에게 “여가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 시를 쓰면 된다”고 북돋았다.

사랑 상담도 나왔다. “짝사랑하는 여자애한테 잘 보이고 싶다”는 김의진 군(16)의 고민에 이 씨는 “자주 만나야겠지만 강제적인 건 아름답지 않다”고 말했다. “시도 마찬가지다. 좋은 시를 쓰려면 자주 고민해야겠지만 억지로 쓰이진 않더라. 시간을 갖고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좋은 시를 쓰고 좋은 사랑을 하려면.”

선배는 이날 30년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과 아이스크림을 ‘쐈다’. 차혁진 군(18)은 “고교 선배가 들려줘서인지, 문제풀이 공부로만 여겨졌던 시가 친밀하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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