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 품에 안긴 에스콰이아 “100년 제화 명가로 거듭나야죠”

염희진기자 입력 2015-06-30 03:00수정 2015-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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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캠프서 부른 희망노래
2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형지비전센터에서 열린 ‘EFC 희망캠프’ 교육이 끝난 후 EFC 직원들이 모여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원근 영업팀장, 송효원 디자인팀 과장, 이해영 제품 개발팀장, 박민수 인사총무팀 과장. 패션그룹형지 제공
“1995년 입사했을 땐 밥도 못 챙겨 먹을 만큼 매장에 손님이 끊이질 않았죠. 그때가 행복했다는 걸 동료들이 하나둘씩 떠나갈 때 깨달았습니다. 이미 물에 빠져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형지가 우리를 건졌습니다. ‘100년 제화 명가’로 거듭나겠습니다.”(김원근 영업팀장)

○ 제화 명가를 위한 희망 부활 프로젝트

패션그룹형지는 12일 에스콰이아, 영에이지 등을 갖고 있는 토종 제화업체 EFC의 최종인수 작업을 마친 후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16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형지비전센터에서 EFC 직원 170여 명을 4개 그룹으로 나눠 ‘2015 EFC 희망캠프’를 연 것. 국내 제화시장 2위 업체인 EFC는 1961년 에스콰이아로 설립한 후 한때 금강제화, 엘칸토와 함께 ‘3대 토종 구두’로 이름을 날렸지만 2009년 사모펀드에 매각되며 부침을 겪었다. EFC는 지난해 8월 회생절차를 거쳐 최근 형지에 인수됐다.

26일 찾은 교육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1박 2일로 열린 캠프는 모기업이 된 형지에 대한 교육을 비롯해 ‘변화관리와 자기 혁신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공감토론에서는 구성원 각자가 생각하는 EFC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졌다. 이번 교육을 맡은 오진영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부사장은 “회사가 어려워지자 2013년에는 창립 후 처음으로 노사 대립까지 겪으며 직원 간에 상호불신이 극에 달했다”며 “직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닫힌 마음을 열고 열정을 회복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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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첫째 날 저녁에는 전 직원이 수의를 입고 입관체험을 하는 ‘새로 남 체험’ 행사가 열렸다. 몇몇 직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23년째 회사에 몸담고 있는 박민수 인사총무팀 과장은 “사모펀드에 팔린 후 우여곡절을 겪던 회사의 모습이 수의를 입고 죽음을 맞이하는 내 모습과 같아 눈물이 났다”며 “다시 관을 열고 살아났더니 죽을힘을 다해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생기더라”고 말했다.

○ 다시 고객을 생각하자

이번 캠프는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의 ‘리바이벌 플랜’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다. 형지그룹 경영진들은 카를로스 곤 회장이 직원들에게 회사의 문제점을 찾아보도록 맡겨 혁신의 실마리를 찾은 것에 주목했다. 형지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이번에 새로 EFC를 맡게 된 강수호 대표이사는 “회사가 주도해 ‘잘해보자’가 아닌 직원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다 보면 변화의 주도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이 끝난 후 직원들은 새롭게 출발하는 회사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30년차인 이해영 제품개발팀장은 “한때는 트렌드 리더였던 회사가 추락을 거듭하며 우리도 모르게 고객을 잊고 있었다”며 “이번 캠프를 통해 다시 고객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아직 구두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도 갖고 있고 제조장인들도 남아있다”며 “직원들끼리 2020년까지 제화업계 1등을 해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고 말했다.

형지는 이번 교육을 시작으로 조만간 EFC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공모를 통해 ‘창공비행(창조적 파괴를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비전과 행복을 되찾는)팀’을 만들 예정이다. 창공비행팀원들은 EFC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개혁안을 스스로 만들게 된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에스콰이아#제화#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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