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통계·숫자가 만든 불편한 진실을 고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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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로렌조 피오라몬티 지음/박지훈 옮김
368쪽·1만5000원·더좋은책

‘자신감 한 스푼, 배려심 두 스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력을 스물다섯 스푼….’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유행하는 ‘신이 나를 만들 때’의 한 예다.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신의 ‘나 창조’ 레시피가 나온다. 본인 성격과 들어맞는 경우가 꽤 있어 인기다. 물론 재미가 목적이다. 인간성은 계량될 수 없다.

그렇다면 신용등급, 교육수준, 기아지수라면 어떨까.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숫자를 매일 뉴스를 통해 쏟아낸다. 통계의 홍수다.

책의 부제는 ‘우리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숫자의 교묘한 거짓말’. 저자는 지금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많은 숫자가 인간의 사회·정치적 삶을 좌우하는 자본시장의 힘을 강화시키는 한편, 대중의 참가와 이성적 토론을 무력화시키는 데 이용된다고 주장한다.

빌게이츠재단이 도마에 오른다. 이 재단은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기후변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뒷받침은 통계와 숫자의 연쇄다. 저자는 특정한 의도를 갖고 조작된 잘못된 통계와 숫자가 불편한 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비판한다.

책에 따르면 통계의 사용은 현대 국가의 특징이며 세금을 걷어 공공 기반시설을 건설한 1800년대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신용평가와 공공재정 거버넌스, 세계 기후변화, 전 지구적인 빈곤과 전쟁에 이르기까지 특정 이념이나 통치, 기업활동을 위한 객관화와 권위 부여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온 통계와 숫자의 민낯을 책은 벗겨낸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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