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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일용품 공산품 등 잡동사니로 꾸민 ‘예술’

입력 2015-06-08 03:00업데이트 2015-06-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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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작가 가브리엘 쿠리展
얇은 알루미늄 판을 널어놓은 ‘Looping Trajectory through Collapsing Mountain 01-01’. 국제갤러리 제공
나무, 돌, 청동 등 관습적인 조각 재료 외에 다른 사물을 소재로 활용하는 현대미술 작품이 예술로 인정되느냐의 판가름 기준은 결코 공명정대하지 않다. 택배로 받은 가전기구 상자 속에 충전재로 넣은, 제품 형태에 맞게 마름질된 종이 덩어리. 제품을 떼어내자마자 폐기물 분리 배출함에 들어가는 이 종이 덩어리는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멕시코 작가 가브리엘 쿠리(45)의 작품 재료 중 하나다. 건축 단열재로 쓰는 스펀지 패널, 항균 처리된 병원 응급실용 커튼 칸막이, 심지어 대한항공 상표가 찍힌 종이컵과 5만 원짜리 지폐도 있다.

장난하자는 건가. 커튼 칸막이를 짐승 모양으로 꾸민 ‘프라이버시 스탠더즈(Privacy Standards)’는 대여섯 살 때 식탁 의자와 거실 탁상을 모아놓고 담요를 씌운 뒤 올라타 입으로 쉭쉭 소리 내며 놀았던 우주선과 뭐가 다른가 싶다. 길게 잘라낸 알루미늄 판을 휘어 전기 케이블용 집게로 엮어 놓은 조각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말로 설명하기 꺼리는 쿠리가 일관되게 내비치는 건 결국 조롱의 뉘앙스다. 값비싼 대리석을 대충 잘라 얽어 벽에 기대 놓고 갈라진 틈새에 지폐 몇 장을 끼워둔 ‘원 원(Won Won)’은 특히 노골적이다. 전시하는 나라의 화폐로 바꿔 만드는 이 연작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아트페어 때 도난 사건에 얽히기도 했다.

무거운 돌과 벽돌을 굳이 힘들여 벽에 붙여 놓고 슬리퍼 한 짝만 대충 얹어 놓기도 했다. 끝에 가 닿는 것은 흔히 자연물이라 부르는 것과 공산품이라 여기는 것 사이의 간격에 대한 생각이다. 장난 같으나 역시 ‘보기 그럴듯하기에’ 가능한 확장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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