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中유람선 수차례 구조변경… 객실 늘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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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악천후에도 운항 강행… 기상당국 7차례 ‘황색 경고’ 무시
전복 10분전 항로 급변경 원인 조사

중국 창장(長江) 강 호화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동방의 별)’호는 수차례 기상악화 경고에도 불구하고 선장이 운항을 강행해 침몰 사고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선박이 건조 직후부터 구조 변경을 수차례 한 것도 전복 사고의 위험을 높였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구조를 자주 변경하고 선장이 사고 직후 먼저 탈출한 것은 한국의 세월호 참사 원인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홍콩 펑황왕(鳳凰網) 보도에 따르면 1일 중국 기상국은 오전 8시 30분부터 사고 발생 시간(오후 9시 28분) 30분 전까지 7차례 황색 경고를 발령했다. 지난달 28일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에서 함께 출항했던 또 다른 유람선 ‘창장 관광 1호’는 기상국의 경고를 받아들여 창장 강 하류인 츠비(赤壁)에 선박을 대피시켰다. 둥팡즈싱호는 츠비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후베이(湖北) 성 젠리(監利) 현 근처에서 전복 사고를 당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펑파이왕(澎湃網)에 따르면 사고 선박에서는 건조 직후부터 설계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2월 건조된 이 선박은 길이 76.5m, 폭 11m, 무게 2200t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설계 변경에 따른 것이다. 최초 설계 당시에는 길이가 약 60m였다. 설계 변경으로 길이가 16.5m 늘어났다. 배가 물속에 잠기는 깊이인 흘수도 2m에서 2.2m로 늘어났다. 수차례에 걸쳐 객실 증설 등이 이뤄지면서 바람을 맞게 되는 면적이 넓어지고 선박의 무게 중심이 높아져 전복되기 쉬운 구조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창장해사국의 위성항법장치(GPS) 추적 결과 사고 선박은 전복되기 10분 전 방향을 108도 틀어 하류 쪽으로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SCMP가 전했다. 신문은 “선박이 왜 방향을 틀었는지가 사고 원인을 밝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선장이 회오리바람을 피하기 위해 급히 방향을 바꾸다가 균형을 잃었는지, 회오리바람으로 선박의 방향이 바뀌었는지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上海) 퉁지(同濟)대의 취안융(全涌) 교수는 “회오리바람만으로 70m가 넘는 선박이 뒤집어지는 것은 인도를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만큼이나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침몰 직후 배를 버리고 밖으로 헤엄쳐 나온 선장과 기관장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동시에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사고 발생 사흘째인 3일 추가 구조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승선자 중 승객은 405명, 여행사 가이드 5명, 승무원 46명으로 승선자가 모두 456명”이라며 2일까지 14명이 탈출하거나 구조됐고 26명은 사망했다고 밝혔다. 창장해사국에 따르면 창장 강의 한 해 평균 선박 운항 횟수는 6만 회가량이고, 지난해에는 16건의 사고로 32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침몰#중국#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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