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현대, 市보호수 지정 반대한 까닭은…

황인찬기자 입력 2015-05-29 03:00수정 2015-05-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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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원서공원의 200살 회화나무… 정주영 회장이 조성, 체육대회등 열어
계동시대 상징… 市에 맡기기 꺼린듯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옛 현대그룹 본사) 옆에 있는 원서공원에는 수령 200년이 넘은 회화나무 한 그루(사진)가 서 있다. 높이 17m, 지름 1m로 서울 도심에서 보기 힘든 대형 수목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983년 광화문 일대에 흩어져 있던 계열사를 모아 ‘계동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본사 옆에 이 공원을 조성했다. 생전 정 회장은 이른 아침 공원을 찾아 산책하거나 동네 주민들과 운동을 하기도 했다. 직원 체육대회나 산하 노조들의 집회도 공원에서 열렸다. 오랜 기간 공원을 지켜온 회화나무는 현대 임직원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상징이었다.

이 회화나무를 놓고 서울시와 현대 측이 4개월가량 ‘밀당’(밀고 당기기)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사연은 이렇다. 서울시는 올해 1월 이 회화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하기 위한 예정 공고를 냈다. 생물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나무종합병원도 “경관적, 생물학적 희귀성을 감안해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현대 측은 난색을 표했다. 공고 뒤 공원의 토지를 공동 소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4개사는 시에 “보호수 지정을 하지 말아 달라”는 이의 신청서를 냈다. 보호수가 되면 산림보호법 등에 따라 나무의 관리 주체가 바뀐다. 이렇게 되면 현대가 아닌 종로구가 병충해 예방과 안전조치 등 나무 관리를 맡게 된다. 현대는 손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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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별도의 관리업체까지 두고 회화나무를 애지중지 돌본 현대 측으로선 아쉬움이 너무 클 수밖에 없다. 현대 측은 “나무에 대한 행위가 제한되기 때문에 향후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며 에둘러 반대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는 관계자를 직접 현대 측에 보내 설득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이달 초 보호수 지정 계획을 철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8일 “해당 나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현대 측이 우려한 것 같다”며 “현대 측이 지금껏 해온 것처럼 나무를 잘 관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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