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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기자의 눈/박성진]최빈국 네팔의 돋보인 ‘초동대처’

입력 2015-05-25 03:00업데이트 2015-05-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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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사회부
사망 8633명, 부상 1만7932명, 실종 755명. 23일 네팔 정부가 공식 발표한 지진 피해자 현황이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12일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네팔에 규모 7이 넘는 강진이 잇달아 발생했다. 집을 잃은 네팔 국민은 정부와 국제기구가 나눠주는 방수 천막에 의지해 흙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록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지진 발생 초기 네팔 정부의 대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허술하지 않았다. 네팔 정부는 가장 먼저 민간 헬리콥터 운항사의 운항권을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히말라야 관광객 수송을 위해 운영되던 민간 헬리콥터들을 인명 구조에 활용하기 위한 조치였다. 10여 대뿐이지만 민간 헬리콥터들은 산악지대를 누비며 촌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이어 네팔 정부는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고향 마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학교 통학용 버스 500여 대까지 긴급 투입했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게 지진 발생 이후 열흘이 넘도록 국제 및 국내 통화료를 면제해줬다.

구호단체와 의료단체의 특정 지역 쏠림현상, 구호물자의 중복 지원 등을 막기 위한 ‘활동허가제’는 국제사회로부터 가장 훌륭한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 급파된 이재승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팀장은 “대부분 산악지형으로 이뤄진 네팔의 특성상 특정 지역에만 의료 지원과 구호물품이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매우 훌륭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네팔 정부는 사고 현장에서 활약 중인 의료단체에서 매일 수시로 진료 활동 상황을 보고받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 징후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지진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난 이후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도 드러나고 있다. 구호물자 처리 지연으로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는 외국에서 들어온 각종 구호물품이 쌓여 있다. 아직 구호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때로는 길을 막고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시위도 벌어진다.

하지만 아직 열악한 인프라와 경험 부족, 지형적 특성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네팔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99달러로 세계 최빈국(168위)에 속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네팔 정부가 보여준 초기 대응만큼은 1인당 GDP 세계 29위(2만8739달러)인 한국으로서도 두고두고 배워야 할 것이다.

박성진·사회부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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