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태경]우리나라는 지진에 안전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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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네팔에서 들려오는 지진 피해 소식으로 마음이 무거운 요즘이다. 네팔 지진은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약 81km 떨어진 고르카 지역에서 발생했다. 리히터 규모 7.8로 측정된 이번 지진은 매년 5cm의 빠른 속도로 충돌하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 경계에서 발달한, 150km가 넘는 단층이 어긋나며 발생했다. 또 진원의 깊이가 11km로 얕아 인명과 재산 피해가 더 커졌다.

이번 네팔 지진은 2010년 30만 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규모 7.0의 아이티 지진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두 지진 모두 지진 규모가 7 이상이고 진원 깊이가 얕고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 근교에서 발생했으며 직전 지진과 긴 시간의 간격을 두고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네팔 지진은 1934년 비하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8.1 지진 이후 81년 만에 발생한 것이며 아이티 지진은 250년 만에 발생했다. 지진이 오랫동안 발생하지 않음으로 인해 지진 피해에 대한 경각심 저하와 낮은 경제 수준으로 인한 취약한 가옥들이 피해를 더욱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훨씬 강력한 지진이었던, 2011년 도호쿠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과 2010년 칠레 제2도시 콘셉시온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칠레 지진 때보다 인명 피해가 더 큰 것은 평상시 지진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1978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지진 관측 기록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는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총 6회 발생하였다. 횟수도 적을 뿐 아니라 관측된 지진들의 규모 역시 작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판의 내부에 위치해 있어 매년 누적되는 힘이 판의 경계부 지역에 비해 작아서 지진 발생 주기가 길다. 그러므로 짧은 기간의 지진 관측 기록을 바탕으로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오랜 지진 관측을 가진 주변 국가의 지진 기록에 따르면 1952년 평양 인근 강서 지역에서 규모 6.2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 등의 역사기록물에 1900회가 넘는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는 규모 7 내외로 평가되는 지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지진은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므로 과거에 발생한 이 지진들은 미래에도 발생할 수 있는 지진들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동해 서해 남해 등 해상 지역과 속리산 일대의 내륙 지역에서 많은 수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역사기록물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에서도 높은 지진 발생 밀도를 보인다. 지진 발생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큰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특징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과 사회 기반시설이 밀집한 연안 지역에서의 지진 피해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10km 내외의 얕은 깊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중규모의 지진으로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더구나 오랜 기간 동안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지진에 대한 위기감이 높지 않은 점은 한 번의 지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네팔과 아이티의 지진 이전 상황과 유사하다.

앞으로 있을지 모를 지진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 지진 발생 밀도가 높고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던 동해 및 서해 해상지역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지질조사를 통해 단층 규모와 누적된 힘의 크기를 파악하고 지진 발생 이력을 확인하여 발생 가능한 지진의 규모와 발생 주기의 산정이 필요하다. 이 기초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별로 내진 설계기준을 보완하고 건축물을 보강하여 지진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지진#네팔#아이티 지진#지진 대비#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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