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오드리 헵번 아들이 만드는 ‘세월호 기억의 숲’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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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배우 미아 패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아름답다. 그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참상을 전하며 난민에게 도움을 주느라 바쁘다.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등에 달려가 난민을 돕고 위로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이슬람국가(IS)와 시리아정부군의 전투에 휘말려 고통을 겪고 있는 난민 소식을 전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고 관심을 촉구했다. 그를 포함한 유명 인사 30명은 각국 정상에게 세계 빈곤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행동을 호소하는 ‘액션 2015’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오드리 헵번은 패로 이상으로 지구촌을 누비며 구호 활동을 하다 1993년 세상을 떠났지만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배우다. 어머니의 정신을 물려받았는지 그의 아들들이 세월호 유족에게 손을 내밀었다. 장남인 숀은 9일 서울에서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억의 숲은 팽목항에서 4.16km 떨어진 전남 진도군 백동 무궁화동산에 조성된다.

▷헵번 가족이 진도군민과 함께 조성하는 추모 숲은 16일 세월호 침몰 1주년을 맞아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숀은 “시들어가는 화환을 유족들에게 보내기보다는 자연과 같이 남을 수 있는 숲을 선사해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뷰티 비욘드 뷰티(아름다움 그 이상의 아름다움)’를 주제로 헵번의 배우 인생과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나눔을 실천한 삶을 조명하는 전시회도 열렸다.

▷헵번은 별세 직전에 맞은 크리스마스 때 샘 레븐슨의 시 ‘세월이 일러주는 아름다움의 비결’을 유언처럼 가족들에게 들려줬다. 이 시를 인용하며 메마른 세상에서 온정을 나누자고 다짐하는 누리꾼도 많다. ‘기억하라/만약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너의 팔 끝에 손이 붙어 있다는 것을/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알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위한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남을 돕는 손이라는 것을.’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오드리 헵번#아들#세월호 기억의 숲#미아 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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