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몽고모 주민들이 먹는 물, 한국이 책임지고 있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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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적도기니의 수도 말라보에서 약 350㎞ 떨어진 몽고모 주민들이 먹는 물은 한국이 책임지고 있다. 적도기니 최초의 정수장 시설을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1월에는 몽고모 1곳으로 시작했지만 2013년부터 에비비인과 에비나용까지 적도기니의 3개 도시 총 4만5000명이 먹는 물을 K-water가 관리하고 있다.

세계 물 시장에서 국경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소규모 업체가 물을 직접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베올리아, 수에즈 등 다국적 물 전문기업들이 물 관리를 맡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 물 기업이 맡는 상·하수도 이용 인구는 2013년 기준 세계 인구의 약 14%인 10억4980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급성장하는 세계 물 시장

12~17일 대구-경북에서 물 관련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인 ‘제7차 세계물포럼(WWF)’이 열리면서 물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물 산업은 상·하수도를 통해 식수, 공업용수 등을 공급, 배출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홍수나 가뭄의 피해가 커지고, 대도시가 확산되면서 물 부족 현상이 세계 이슈로 떠오르면서 통합 물관리 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며 물 산업은 덩치를 키우고 있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해수의 담수화, 하천 운영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 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 물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5560억 달러(약 606조 원)로, 2018년까지 연 평균 4.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세를 감안하면 2018년에는 6890억 달러(약 751조 원), 2025년에는 9000억 달러(약 98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물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013년 기준 1.6%로 세계 9위다. 이중 건설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해수의 담수화 플랜트 시장에서 점유율로 세계 1위(40%)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1978년 이후 수주한 27개 담수화 플랜트에서 하루 2200만 명이 쓸 수 있는 물(640만 톤)이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댐이나 정수장 등 물 관리 부문 해외개척에는 K-water가 앞장서고 있다. K-water는 현재 파키스탄 파트린드에서 대우건설과 함께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발전소를 지은 뒤에는 2047년까지 댐 운영을 맡게 된다. K-water 관계자는 “태국 물 관리사업, 필리핀 수력발전소 사업 등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림팀’ 키워 해외 물 시장 개척해야


정부는 물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2010년 10월 ‘물 산업 육성 전략’을 마련했다. 2020년까지 8개의 글로벌 물 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3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세계 물 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하지만 해외 물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국내 물 기업들은 건설 능력이나 운영 역량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전력산업의 경우 2009년 한국전력과 민간기업이 ‘드림팀’을 구성해 4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한 것과 대비된다.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다. 물 관리가 필요한 국가들을 파악해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오양진 WWF 조직위원회 대외홍보과장은 “7차 세계물포럼은 물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아시아의 물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며 “국내 물 기업과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ICT 설비 활용하니…수돗물 마시는 주민 늘어나▼

경기 파주시 교하·적성지구에서는 수돗물을 마시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스마트 워터 시티’ 사업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첨단 염소주입 설비를 설치한 영향이 컸다. 이 설비는 수돗물의 염소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8일 K-water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 약 3만2000명은 수시로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 집 수돗물의 상태를 점검한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내 집 수돗물의 탁한 정도, 염소 농도, 산성도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가 미심쩍다면 K-water 소속 ‘워터코디’를 부른다. 이들은 수질측정 장비를 들고 집을 찾아와 수돗물의 수질을 측정하고 수돗물이 이동하는 배관에 내시경 장비를 넣어 위생을 점검한다. 그 결과 지역 주민이 배관의 세척을 원하면 세척비의 80%를 K-water가 지원해준다.

이 지역 주민들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지난해 6월 1%에 불과했지만 스마트 워터 시티 사업이 시작된 이후인 지난해 10월에는 19.3%로 급증했다. K-water 관계자는 “수돗물 품질을 꾸준히 관리하고 그 우수성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 결과”라고 말했다.

교하 적성지구의 사례는 최근 물 산업이 발전해가는 방향을 잘 보여준다. ICT를 활용해 수질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건강한 물을 생산해 소비자가 믿고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수돗물의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정확한 위생 정보를 알리는 것도 K-water의 주요 과제다. 수돗물이 식수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크게 개선됐지만 이를 믿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water는 수돗물의 위생관련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5%대로 영국(70%), 호주(57%), 미국(56%), 일본(46%)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K-water는 직접 음용률을 2024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K-water는 수질 관리뿐 아니라 수돗물의 똑똑한 소비에도 앞장서고 있다. ICT 설비를 통해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이 상수관을 지나가는 과정에서 새는 양을 감시하고 관리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북 고령군의 다산·대진산업단지다. 지난달 이 지역 공장 177곳에는 누수감지센서가 설치됐다. 센서는 배관에서 물이 샐 경우 떨어지는 소리를 감지해 K-water 고령권 관리단 중앙조정실로 전송한다. 직원들은 해당 지역으로 달려가 물이 새 나온 관을 교체하거나 보수한다. K-water 관계자는 “새는 수돗물을 줄이면 공장의 비용이 줄 뿐 아니라 수돗물을 생산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의 가정집 등 146곳에는 지난달 ‘스마트미터’가 설치돼 주민들의 똑똑한 물 소비를 돕고 있다. 각 공장과 가정의 수돗물 사용량을 한 시간 단위로 알려주는 장치다. 소비자들은 평소보다 수돗물 사용량이 늘면 누수를 의심해 점검을 요청할 수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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