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Go 남도] 환경훼손 최소화, 빠르고 안전한 전국 반나절 생활권 완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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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철도 건설 뒷이야기

호남고속철도 건설 구간에는 국내 최초 고속철도 횡단을 비롯해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구간이 만들어지는 등 신공법이 대량으로 동원되기도 했다. 사진은 호남고속철도 금강교 구간.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호남고속철도 건설 구간에는 국내 최초 고속철도 횡단을 비롯해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구간이 만들어지는 등 신공법이 대량으로 동원되기도 했다. 사진은 호남고속철도 금강교 구간.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2일 호남고속철 개통으로 광주와 전남북, 충남 내륙지역도 ‘속도의 참맛’을 볼 수 있게 됐다. 2004년 세계 5번째로 개통한 고속철도 KTX는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 혁명으로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꿔놓았다. 국민의 생활 지도가 바뀐 것.

 호남고속철도는 2006년 기본 설계를 시작으로 2009년 오송∼광주송정 19개 공구에서 착공하고, 구간 노선타당성 조사와 차량 구매계약 체결 및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쳤다.

  ‘KTX 통근족’, 당일 출장과 여행을 일상화시킨 이면에는 건설 과정의 어려움 등 뒷이야기도 많다.

고속철도 위에 지어진 횡단 교량


 오송 고가(高架)는 국내 최초로 고속철도 상부로 횡단 교량이 설치된 사례다. 이 노선은 이미 경부고속철도가 지나 한국철도시설공단은 KTX 운행이 없는 하루 4시간씩 야간 시간(0시 50분∼오전 4시 50분)을 이용해 공사를 마쳐야 했다. 이에 따라 길이 80m의 거대한 콘크리트와 금속의 강합성교 설치를 위해 삼성중공업의 8000t급 국내 최대 해상 크레인이 동원되기도 했다.

 충남 천안∼논산고속도로 상부로 지나는 교량을 공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고속도로는 24시간 차량이 통행하는 곳으로 공사 과정에서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통행 제한은 물론이고 우회 고속도로 건설도 불가능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이에 따라 현장에서 제작된 강교각과 강아치를 설치하기 위해 ‘헤비 리프팅’ 공법을 활용했다. 이 공법은 가설 높이까지 강교각과 강아치를 들어 올린 후 가설 위치까지 끼워 넣는 방식으로 80m짜리 교각과 아치 3개를 설치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외관을 지닌 호남고속철도 정읍고가교도 심혈을 기울인 공사다. 이곳은 호남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으로 향후 8차로로 확장될 계획이 있어 고속철 고가교도 폭을 넓게 시공할 수밖에 없는 구간이었다.

 시설공단은 총 3980t에 이르는 구조물 설치를 위해 고속도로에 가교벤트(고속도로 차량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임시로 만든 박스형 통로)를 먼저 설치한 후 위에 고가교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공사했다. 공사 현장에 맞는 새로운 공법을 찾아 시공한 결과다.

환경단체 반발과 허약한 지반도 난관


 환경단체 등은 환경 훼손과 생태계 교란 등을 이유로 충남 공주시 계룡산 통과 구간을 반대했다. 이 터널은 총 연장 7.24km로 호남고속철도 구간 중 가장 긴 터널이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2004년 8월 26일부터 11월 29일까지, 2005년 8월 29일부터 11월 29일까지 약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 공단이 추산한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만도 52억 원에 달했다.

 철도시설공단은 환경단체와 협의해 환경생태공동조사단과 환경생태모니터링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두 24차례에 걸쳐 위원회를 개최한 끝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모니터링위원회는 공사 완료 후에도 3년간 운영된다.

 전북 정읍시 입암면과 전남 장성군 북이면 사이에 위치한 노령터널 구간 공사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닥쳤다. 이곳에는 백두대간의 한 지류인 노령산맥을 관통하는 4.3km에 이르는 긴 터널을 건설해야 했다.

 하지만 이 구간에는 물과 접촉하면 순식간에 강도를 상실하는 응회암이 폭넓게 분포돼 있었다. 자칫 공사 과정이나 공사 이후에도 붕괴 원인이 될 수 있는 지질이었다. 이에 따라 공단 측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어 대규모 바닥 보강 콘크리트 공법 등을 적용해 강도를 높인 뒤 공사를 마무리했다.



호남선에 어떤 열차 투입되나


 이런 어려움을 뚫고 공사를 끝낸 호남고속철에는 신형 KTX가 투입된다. 신형 KTX는 베이지색 배경에 레드와인 색상을 적용했다. 나쁜 기운을 물리칠 때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붉은색을 세련되게 표현한 것.

호남고속철도 1단계 사업이 5년 4개월여 만에 완공되면서 2일부터 KTX가 운행된다. 코레일 제공
호남고속철도 1단계 사업이 5년 4개월여 만에 완공되면서 2일부터 KTX가 운행된다. 코레일 제공
 전체 좌석 수도 기존 KTX산천(363석)보다 47석 늘려 410석(특실 33석, 일반석 377석)으로 수송 능력을 13% 향상시켰다. 신형 KTX는 통합 운용되는 시스템으로서 호남고속철뿐만 아니라 경부고속철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편의시설도 개선됐다. KTX산천은 일반실 앞좌석과 승객 무릎 사이 공간이 200mm에 불과했지만 신형 열차는 57mm 정도 더 넓혔다. 기존에는 좌석 바닥을 앞으로 당겨 좌석을 젖히는 방식이라 다소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버스나 비행기처럼 등쪽을 가볍게 젖히면 되도록 개선했다.

 또 전 좌석에 전원 콘센트를 설치해 기차여행 중에도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차내 무선 인터넷 속도도 업그레이드됐다. 이외에 소음 차단제를 차량 지붕에도 시공해 실내소음을 완화했다.

▼지역 특색 반영한 디자인… 다른 교통수단과도 쉽게 연결▼

새로 생긴 ‘역사’ 5곳


 호남고속철도 건설로 새로 생긴 KTX 역사(驛舍)는 오송, 공주, 익산, 정읍, 광주송정 등 5개다. 오송역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에 건설한 현재 역을 그대로 이용하며 공주역은 새로 지었다. 익산, 정읍, 광주송정역은 기존 역을 개량해 건설됐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KTX 역사는 지역주민의 접근성 및 철도 이용객의 편의성, 장래 수송 수요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지었다”고 밝혔다. 또 “역마다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디자인과 친환경 설비 및 이동 편의시설을 갖춘 현대식 명품 역사로 건설했다”고 덧붙였다.

 선로 아래에 만들어진 공주역은 비상하는 새의 날개 형상을 표현했다. 연면적 4459m² 규모로 하루 평균(2025년 기준) 2219명이 이용할 수 있는 수요를 예측해 지어졌다. 익산역은 이 지역 특화산업인 보석의 모양을 출입구 상부에 형상화했다. 연면적 8303m²로 하루 평균 1만83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었다. 정읍역은 ‘우물 정(井)’자를 지붕에 형상화했고, 인근 관광지인 내장사의 처마 곡선을 반영했다. 지상 역사인 광주송정역은 전면 유리창을 통해 채광 및 발광하는 빛고을을 형상화해 친근한 이미지를 반영했으며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설비인 지열 냉난방과 태양광발전,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 승강설비를 갖췄다. 연면적 4858m² 규모로 2025년 하루 평균 1만2875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해 지었다.

 역사 구조 역시 고객들의 이용 편의와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 편의에 역점을 뒀다.

 정읍역사와 익산역사는 역사 후면의 접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동서 연결통로를 설치했다. 정문뿐만 아니라 뒤쪽도 도시개발 잠재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사시설뿐만 아니라 코레일 및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역사 진입도로 건설, 철도역 접근 도로의 도로표지판 정비, 기존에 운영 중인 시내버스 배차간격 및 노선 조정, 철도역 시외버스 경유 등도 반영했다. 이와 함께 역사와 접근 교통시설을 최단거리로 연결하기 위해 교통광장(버스, 택시, 승용차 정류장)을 정비하고 정류장에 눈 비 등을 피할 수 있는 비막이 지붕도 설치했다.
서울∼포항 2시간 32분… 포항 KTX도 첫 운행

 호남고속철도(KTX)가 개통되는 날, 처음으로 포항 KTX도 운행된다. 1918년 11월 협궤 철도역이 포항에 들어선 지 약 100년 만에 첨단 철도 교통망이 들어서는 것. 서울∼포항 KTX 평균 운행 시간은 2시간 32분이다. 기존 새마을호(5시간 20분)와 비교하면 약 3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포항 및 주변 주민들도 ‘속도혁명’의 시대를 맞게 됐다. 이 구간 열차는 요일별로 주말 20회, 월∼목요일 16회, 금요일 18회가 운행된다.

 포항시는 KTX 운행에 따른 유동인구 증가에 대비해 유통·제조·교육·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항테크노파크가 조사한 ‘KTX 신포항역 및 철도 인프라 개선에 따른 포항지역 파급효과’에 따르면 포항지역 내 철도 인프라 개선으로 인한 경제 파급 효과는 전국적으로 1조6381억 원(포항 1조175억 원), 고용유발 효과는 1만4898명(포항 1만62명)으로 예상됐다.

 포항시 남구 이인리에 자리잡은 KTX 포항역사는 총면적 5670m²에 3층 규모로 295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역사 외관은 고래를 형상화했다.

 맞이방은 따뜻한 이미지의 석재로 마감하고, 천장을 이용한 자연채광과 자연 환기, 확 트인 조망이 돋보인다. 맞이방에 24인승 엘리베이터 4대와 에스컬레이터 8대를 비롯해 차 447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 180대 규모의 자전거 보관대도 설치됐다. 모든 통로에 턱을 없앴고 음성자동안내설비와 보행안전통로, 장애인화장실 등 장애인을 배려하는 시설을 갖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설’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시민과 승객을 위해 역 앞에 대형 광장과 이벤트 광장을 조성해 만남의 장소로 제공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포항역을 찾는 승객과 시민들이 이용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이달 말까지 KTX로 포항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1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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