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부산/경남]다년생 도라지 상품화… 年매출 100억 ‘강소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영남 파워기업]<5> 진주 장생도라지

경남 진주시 금곡면 정자리 장생도라지 본사 전경. 3층에는 도라지 박물관이 있다. 앞쪽의 원형지붕 건물은 체험관. 장생도라지 제공
경남 진주시 금곡면 정자리 장생도라지 본사 전경. 3층에는 도라지 박물관이 있다. 앞쪽의 원형지붕 건물은 체험관. 장생도라지 제공
경남 진주시 문산읍 ‘바이오21센터’ 인근의 장생도라지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진들. 장생도라지 제공
경남 진주시 문산읍 ‘바이오21센터’ 인근의 장생도라지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진들. 장생도라지 제공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심심산천에 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도라지타령의 일부다. 사포닌을 함유한 도라지는 약재로 널리 쓰인다. ‘100년생 도라지는 산삼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다년생 도라지 연구에 평생을 바친 달인(達人)과 그를 도와 상품화를 이끈 아들이 힘을 합쳐 만든 향토기업이 경남 진주의 ㈜장생도라지다. 장생도라지 개발자인 이성호 원장(84)과 이 원장의 장남인 이영춘 사장(57)에게 도라지는 삶의 전부다.

이 회사는 20년 이상 된 장생(長生)도라지 제품을 만든다. 국내외 특허 30여 건, 대통령 표창과 훈장, 우수납세자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장생도라지 파우치인 ‘기(氣)’와 ‘맥(脈)’, 농축액과 분말로 만든 ‘기환(氣丸)’과 ‘기맥(氣脈)’ 등이 대표 상품. 기는 호흡기 질환, 맥은 성인병과 순환기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람사르총회 공식 건배주였던 도라지술 ‘진주(珍酒)’, 미용품과 사탕 등도 인기가 많다.

장생도라지는 한자리에서 3∼5년 자라면 뿌리가 썩고 죽어버리는 도라지를 20년 이상 살도록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원장은 청년 시절 시골에서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마을의 한 노인이 오래된 도라지를 캐 먹고 병이 나은 것을 보고 도라지에 인생을 걸었다. 다년생 도라지 재배법을 터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정은 뒷전이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의로운 일 하나는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실패 끝에 ‘3, 4년 주기로 순수한 기운이 있는 땅에 옮겨 심으면 장생도라지를 얻을 수 있다’는 원리를 깨달았다. 이후 20년 가까이 장생도라지 재배에 힘을 쏟았다.

1995년 2월 장생도라지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제품도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이 원장의 경영 수완. 재료와 원가 관리 등이 주먹구구식이었다. 외환위기가 몰아친 1997년, 회사 빚이 28억 원에 달했다. 첫 위기였다. 이 원장은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 영춘 씨에게 SOS를 쳤다. 빚더미 회사를 맡긴 셈이다. ‘집념’ 하나는 부전자전. 이 사장은 부채와 원가를 분석하고 장생도라지의 가치를 발굴했다. 대학과 연구소, 국내외 시장을 누볐다. “정말 무섭게 도라지 상품화를 추진했어요. 연구진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죠.” 장생도라지 제품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한국국제대 식품의약과 정영철 교수의 회고다.

1999년 ㈜장생도라지 출범 이후 매출이 쑥쑥 늘었다. 아버지 때 1억 원어치도 못 팔던 제품을 연간 20억 원어치나 판매했다. 지역사회의 사랑과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2005년엔 매출이 60억 원대로 증가했다. 회사가 커질 무렵 2차 위기가 닥쳤다. ‘오래된 도라지가 아니다’라는 근거 없는 논란이 제기된 것. 특허 자료를 제시하고 장생도라지 재배농장과 실물을 보여주자 해결됐다. 현재 지리산 자락과 서부 경남 청정지역에서 150여 농가가 33만 m²의 땅에서 장생도라지를 재배 중이다. 또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도라지술 ‘진주’ 판매수익금 3%를 장학사업에 쓴다. 그동안 기부한 금액은 4억7000여만 원.

매출이 100억 원대에 진입한 4년 전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도라지 제약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 이 사장은 “지역주민의 사랑과 금융기관의 지원을 토대로 이제 경영이 순조롭다”며 “건강기능식품 매출을 200억 원대로 끌어올린 뒤 호흡기와 순환기 분야 신약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진주 장생도라지#도라지#상품화강소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