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딸기’ 당일 수확한 유기농 작물이지만 오히려 저렴…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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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8시 경기 남양주시 운길산로의 한사랑농장에서는 김세준 대표(54)가 딸기 수확에 한창이었다. 그는 지난달부터 매일 오전 6시부터 하우스 밭에 나와 딸기를 딴다. 현대백화점과 계약을 맺고 당일 새벽에 수확한 딸기를 납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새벽딸기’란 이름이 붙은 상자에 넣어진 딸기는 오전 9시에 백화점 트럭에 실려 1시간 거리의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천호점 식품관에 배달된다.

한사랑농장과 현대백화점의 거래는 유통업체와 농가가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대표적 사례다. 중간도매상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의 가장 큰 장점은 운송시간이 짧아져 농산물의 신선함을 살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밭에서 수확한 딸기가 백화점 판매대에 오르기까지는 최대 4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전 10시 반 백화점 개점 후 장을 보러 나온 주부의 장바구니에 딸기가 들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시간 정도다. 주요 산지인 영호남 지역에서 재배된 딸기는 경매를 거쳐 수도권 소매점으로 들어오는데 만 하루가 넘게 걸린다.

하우스 12개 동 규모의 작은 농장을 운영하는 김 대표에게는 백화점 거래로 고정수입이 생겨 이득이다. 주말 이틀에만 반짝하는 체험학습 손님들로는 현재 매출의 70% 이하 수준밖에 유지할 수 없다. 그는 때때로 남아도는 딸기를 도매시장 시세의 60~70%만 받고 헐값에 처분하기도 했었다. 김 대표는 “판매목적으로 기른 딸기가 아니라 크기와 모양이 들쭉날쭉해 제값을 못 받고 팔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에게 유기농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며 “반응이 좋아 이번 달부터는 납품 물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사랑 농장의 딸기는 당일 수확한 유기농 작물이라 가격이 비쌀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가격이 시세보다 15~20% 저렴하다. ‘새벽딸기’ 한 상자(900g)의 가격은 다른 지역의 유기농 딸기 100g 당 가격(3000원)보다 저렴한 2340원이다. 이는 농가와 유통업체가 1대 1로 계약해 중간 유통단계에서 붙는 마진을 없앤 덕이다. 결과적으로 지역 농산물 구입과 유통을 통해 유통업체와 농가,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점차 신선하고 값싼 로컬푸드(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새벽에 수확해 당일 판매하는 신선식품 종류를 늘려가는 추세다.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시작된 로컬푸드 운동은 환경과 건강을 위해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달부터 서울 강동구에서 쌈 채소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 2명과 계약을 맺고 ‘강동 도시농부 아침야채’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6월부터는 오이, 고추 등 채소류 구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전국 45개 점포에서 거리 50km 이내에 있는 농가의 수박, 사과, 배 등 100여 가지 농산물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내년까지는 참여점포를 두 배로 늘려 160여종의 로컬푸드를 판매할 방침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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