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맨손 신화 “아직 배고프다”

김현수기자 입력 2015-02-25 03:00수정 2015-02-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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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지그룹, M&A로 패션영토 확장
EFC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최병오 회장 “종합패션유통社 꿈”
“변해야 산다. 그동안의 사업 틀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해서는 안 된다.”

최근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62)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3년 전부터 남성복, 유통, 해외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을 인수하며 외형을 넓혀 왔기 때문이다. 올해 4월에는 그룹의 사업 영역에 제화 사업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세기 동안 토종 브랜드로 사랑을 받아 온 ‘에스콰이아’가 형지의 계열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형지는 이달 17일 에스콰이아, 영에이지 등을 운영하는 EFC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5일에는 형지가 2005년 상표권을 인수한 패션 브랜드 ‘샤트렌’이 30주년을 맞는다. 형지는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의 상표권 인수를 통해 현재 16개 패션 브랜드, 2개의 유통사(‘바우하우스’와 ‘패션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형지를 종합 패션 유통 기업으로 키워 현 1조 원대 매출을 2조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 회장은 ‘동대문의 맨손 신화’로 불린다. 서울 광장시장 3.3m²(1평) 매장에서 ‘크라운바지’로 패션 사업을 시작해 1조 원대 기업을 키워 냈기 때문이다. 1993년 10년을 일군 크라운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다시 무일푼이 됐지만 이듬해 ‘형지물산’을 창업하면서 재기를 꿈꿨다. 그 시작은 1996년 싱가포르 회사로부터 가져온 라이선스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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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공격적인 M&A로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우성I&C’ ‘캐리스노트’ ‘에리트베이직’ ‘까스텔바작’ 등 다양한 국내외 의류 기업과 브랜드 판권을 인수했다. 2013년 5월에는 복합 쇼핑몰 ‘바우하우스’를 매입하며 유통업에도 진출했다. 최 회장은 고향인 부산에 바우하우스 2호점을 짓고 있다. 2년 안에 점포 5개를 추가로 늘려 유통을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최 회장의 새로운 꿈은 식음료 사업이다. 패션을 넘어 젊은 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갈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지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화제가 되는 외식업체는 꼭 방문하고 사진도 찍으신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는 형지그룹이 제2의 이랜드그룹이 되는 것 아니냐며 최 회장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출 규모 10조 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이랜드그룹과 형지는 외형 차가 크지만 두 기업 사이에 닮은 점이 많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도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 작은 패션 매장 ‘잉글런드’로 시작했다. 이후 공격적인 M&A로 패션, 제화, 유통, 식음료 사업에 이어 최근에는 레저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형지 관계자는 “최 회장은 뭘 하든 패션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영역을 확대하되 패션과 연계한다는 것”이라며 “2009년 그룹명을 ‘패션그룹형지’로 바꾼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평소 “패션은 무한한 창조산업”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지만 30여 년간 오로지 패션 산업에 투신한 열정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에는 인천 송도에 최 회장의 이 같은 꿈이 담긴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연구개발(R&D)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포석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동대문#맨손#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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