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울 “14년을 기다렸냐고? 14년을 갈고닦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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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검은 희망’… 데뷔앨범 ‘커밍 홈’ 낸 R&B 싱어송라이터

21일 오전 서울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R&B 가수 지소울. 그래미와 솔트레인 시상식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다. 그는 늦은 시작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안 늦었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말에 집중하라”고 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1일 오전 서울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R&B 가수 지소울. 그래미와 솔트레인 시상식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다. 그는 늦은 시작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안 늦었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말에 집중하라”고 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와! 아이돌 기획사 14년 차 연습생이라니….’

신인 R&B 가수 지소울(G.Soul·본명 김지현·27)은 이런 사람들의 시선이 꽤나 맘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2001년) 가수의 재능을 지닌 어린이를 뽑는 SBS TV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에서 그는 박진영의 눈에 띄어 JYP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다. 박진영은 당시 그의 노래를 듣고 “초등학생이 어떻게 흑인보다 더 흑인답게 노래를 부르냐”며 놀랐다. 그는 미국엔 가본 적도 없고 어려운 가정형편에 보이즈투멘의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따라 부른 게 연습의 전부였다.

근데 그는 이제야 데뷔한다. 19일 첫 앨범 ‘커밍 홈’을 냈다. 그의 14년은 길고 깜깜했다. 미국 팝 시장 데뷔를 코앞에 둔 적도 있었다. 박진영이 원더걸스와 그의 손을 잡고 미국 시장을 노크하던 2000년대 중반, 유명 R&B 가수 알 켈리가 지소울에게 음반 계약을 제안했다. 그가 프로젝트 당시 처음 부른 노래가 알 켈리의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였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음반사가 투자를 줄이면서 계약은 무산됐고 JYP도 미국 시장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지소울은 “미국에서 더 부딪쳐 보고 싶다”며 혼자 남았다.

“흑인 친구와 뉴욕 지하철역을 돌며 버스킹(거리공연)도 하고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현지 가수들과 맞부딪치기도 했어요. 스티비 원더 앞에서 노래하거나 머라이어 캐리의 백그라운드 보컬을 맡는 짜릿한 순간도 경험했죠. (R&B 가수) 맥스웰은 ‘많은 경험을 해야 그게 음악에서 나온다’고 했어요.”

그는 “지금이 내 세계를 펼쳐 보일 적기”라고 했다. JYP는 지소울의 가능성을 보고 생활비 일부를 지원해줬지만 그는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노래와 작곡 연습을 병행했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대에 입학했고 음악이 아닌 관심 분야였던 미술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검은 피카소’로 불린 브루클린 출신의 미술가)다. “어떤 것에도 제한받지 않는 자유로운 예술가. 저도 그걸 꿈꿔요.”

데뷔 앨범에 담긴 6곡 모두 지소울이 작사·작곡했다. 전자음악과 록의 어법까지 넘나들며 능란한 R&B 가창과 명료한 선율을 빛내는 ‘유’ ‘커밍 홈’, 블루스 록의 21세기식 재해석 같은 ‘변명’에서 비치는 그의 검은 인장(印章)이 진하다.

지소울은 지현의 지(G)와 솔(soul)을 합친 것. 솔이란 게 뭔가. “(가슴팍에 손을 얹으며) 진짜 여기서 느껴지는 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다….”

그의 눈빛은 상대를 찌르는 강렬하고 뾰족한 기(氣)였다. 지금껏 만나본 어떤 가수에게서도 그런 눈빛을 받아본 적이 없다. 미술학도인 그는 제일 좋아하는 그림으로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잘못된 거울’(1928년)을 꼽았다. 거대한 눈(眼) 하나가 화폭을 가득 채운.
▼ 조권 ‘2AM’ 활약, 선예 활동중단, 맹지나는 여행작가로 ▼
2001년 SBS ‘연예 영재’들 지금은

지소울이 처음 이름을 알린 2001년 SBS ‘영재육성 프로젝트 99%’는 ‘슈퍼스타K’ 같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효시다. 2002년 시작된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보다도 앞섰다.

당시 지소울과 함께 아홉 살 ‘춤 신동’ 구슬기, 민선예, 장서희, 맹지나, 조권, 김다니(가수 메이다니), 이상지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JYP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다. 이 중 조권은 ‘2AM’ 리더로 활약하고 있고 원더걸스 멤버가 된 선예는 2013년 결혼 후 활동을 중단했다. 맹지나는 여행 작가로, 장서희는 댄서로 변신했다. 메이다니는 JYP와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등을 거쳐 데뷔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구슬기는 ‘슈퍼스타K 1’(2009년), 이상지는 ‘슈퍼스타K 2’(2010년)에 나와 화제를 모았으나 입상에 실패했다. 구슬기는 ‘슈퍼스타K’ 예선 당시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이 두렵다”며 눈물을 떨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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