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100가지 표정의 佛노르망디가 말을 걸어오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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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展 찾은 가수 이현우-트럼펫 주자 이주한

2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전을 찾은 가수 이현우(오른쪽)와 팝재즈 듀오 ‘윈터플레이’의 트럼펫 주자 이주한이 프랑스 화가 로베르 팽숑의 유채화 ‘벨뵈프 언덕’(1910년)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전을 찾은 가수 이현우(오른쪽)와 팝재즈 듀오 ‘윈터플레이’의 트럼펫 주자 이주한이 프랑스 화가 로베르 팽숑의 유채화 ‘벨뵈프 언덕’(1910년)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역시, 미술이 음악보다 자유로워.”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전을 찾은 가수 이현우(본명 이상원·49) 씨가 동행한 동갑내기 친구인 팝재즈 듀오 윈터플레이 트럼펫 주자 이주한 씨에게 말했다.

“그렇지? 음악은 기계적 시스템으로 인한 제약 조건을 늘 어느 정도 염두에 둬야 하는데 미술은 그런 게 없잖아.”

“표현도 마찬가지야. 미술에서는 관습을 깨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아티스트가 주목받고 환영받지. 음악은 꼭 그렇다고 보긴 어려워.”

‘유럽 모던 풍경화의 탄생’을 주제로 내건 이번 노르망디전은 클로드 모네, 외젠 부댕, 카미유 코로 등 인상파 화가들과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귀스타브 쿠르베 등 같은 시기에 활동한 화가들이 프랑스 노르망디 풍광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 100여 점으로 구성됐다. 연안과 내륙의 특성을 아우른 이 지역의 다채로운 풍광은 19세기 산업화로 인한 격변의 모습과 맞물리며 수많은 작가에게 결정적인 모티브를 제공했다.

미국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한 이현우 씨는 지난주 종로에서 첫 회화 개인전을 마쳤다. 예술의전당 큐레이터 출신인 그의 아내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라울 뒤피의 유채화 ‘르아브르의 마리 크리스틴 카지노’(1910년)와 ‘비예르빌의 베란다’(1930년) 앞에서 발걸음을 한참 동안 멈췄다. 르아브르에서 태어난 뒤피는 평생 고향 땅의 태양빛을 돌이키며 특유의 풍부한 색채를 화폭에 담았다.

“뒤피를 모르는 사람에게 이 그림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보여주면서 ‘언젯적 작품이겠냐’고 물으면 뭐라고 할까?”(이주한)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이렇게 작가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 터치가 살아 있는 그림이 좋아. 100여 년 전 그림이라는 게 새삼스럽네. 마주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인데.”(이현우)

노르망디 풍광을 담은 올리비에 메리엘의 흑백사진 12점도 두 사람을 즐겁게 했다. 이현우 씨는 “대학 시절 필름카메라로 흑백사진을 자주 찍어 직접 현상과 인화를 했다”며 “이 사진작가는 주로 해 지기 직전에 셔터를 누른 듯하다. 세상의 온갖 어지럽고 추한 모습이 슬쩍 자취를 감추고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이르는 찰나다. 신부 화장을 막 마친 여인의 느낌이랄까”라고 말했다. 2월 15일까지. 6000∼1만2000원. 02-580-130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전#이현우#이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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