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절벽’ 대학가, 교수 명퇴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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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수년째 꽁꽁… 기성회비 법안은 국회서 낮잠
‘기성회비 반환’ 대법 확정판결땐… 국립대 임금삭감-계약직 전환 불가피
국회에 대체법률 조속 마련 촉구… 사립대는 정원 감축까지 겹쳐 고통

정부가 수년째 대학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도록 하면서 대학들이 재정 한계에 봉착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대학은 교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국립대는 기성회비 대체 입법을 빨리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내년도 등록금 상한율을 올해(3.75%)보다 1.35%포인트 낮은 2.4%로 확정한 가운데 대학들은 내년에 재정 압박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국립대의 기성회비 회계가 폐지되고 각 대학이 특성화사업 선정에 따른 정원 감축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대는 기성회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내년 초 대법원의 기성회비 관련 확정 판결을 앞둔 가운데 관련 법안마저 표류하면서 예산 편성에 구멍이 생긴 탓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국립대재정회계법은 기성회비 회계를 폐지하고 일반회계와 통합해 교비회계로 일원화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야당이 내놓은 기성회계특례법은 국가가 기성회비를 단계적으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여야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기성회비 대체 법안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국립대들은 3월에 시작하는 회계연도에 맞춰 기성회비를 폐지하려면 재정위원회를 꾸리고 회계 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일정이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국공립대기획처장협의회는 2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기성회계 대체 법률을 빨리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기성회비가 일반회계로 전환되면 교수 1인당 1000만 원 정도 임금 하락이 예상되고, 기존에 기성회계로 고용해온 전국 39개 대학의 2000명이 넘는 정규직이 계약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유지해온 기성회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립대는 5년 이상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교직원들의 임금도 동결했기 때문에 더이상 등록금을 낮출 여력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면서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정원 감축을 연동해 매년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 상황이다. 내년부터 3년간 수도권 대학은 평균 3∼5%, 지방대는 8∼10%의 정원 감축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명예퇴직을 통한 인건비 줄이기에 나섰다. 충남지역의 A대는 교직원 8명이 명예퇴직을 하기로 했고, 수도권의 B대는 교수 4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일부 사립대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C대 기획처장은 “올해 일부 사립대가 등록금을 인상하려다 막판에 포기한 전례가 있는데 내년에는 이런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어 실제로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도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등록금#대학가#명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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