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내 삶엔 ‘돈으로 살 수없는 것들’ 이 얼마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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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시장경제를 가진(having marketeconomy)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 (being market society) 시대로 휩쓸려 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센델 지음·와이즈베리·2012년) 》

올해 네 살인 큰아이가 여섯 살쯤 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우리 집에 ‘가상 화폐’를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새 장난감을 사거나 초콜릿을 먹고 싶다면 가상 화폐를 모아야 하고 가상 화폐를 모으려면 장난감을 정리한다든지 동생을 돌보는 등의 일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멀거니 TV를 보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책을 읽어도 가상 화폐를 줘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노동의 가치와 시장경제의 원리를 가르치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내가 간과한 점이 있다. 가상 화폐를 주는 것이 자발적으로 형제자매를 도와주거나 책을 읽는 데서 아이들이 얻는 내재적 즐거움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좋은 일을 하면서도 이를 ‘돈을 받으려면 해야 하는 노동’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집에 가상 화폐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돈과 교환할 수 있다는 시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시장주의에 물들어가는 현대사회를 “‘시장경제를 가진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 시대’로 휩쓸려 왔다”는 말로 꼬집는다. ‘시장경제를 가진 시대’에서 시장경제는 생산 활동을 조직하는 효과적 도구인 데 비해 ‘시장사회를 이룬 시대’에는 시장가치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일종의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교육, 가정, 예술, 시민의 의무 등의 가치를 시장의 논리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저자는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은 상품화되는 순간 변질되거나 저평가된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논의가 없는 상태로 자본주의가 계속 흘러간다면 모든 삶의 영역에서 ‘인간성의 상실’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센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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