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경제

기업들도 만만하게 보는 소비자원 리콜

입력 2014-12-18 03:00업데이트 2014-12-18 11:0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4년반동안 리콜 87건 권고했는데… 이행은 13건뿐
대다수 품목 조사하는 소비자원… 이행강제 못해 실효성 떨어져
공정위 “명령권 명시 방안 추진”
《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원은 칫솔 모양의 유아용 장난감에 대해 리콜을 권고했다. 버튼을 누르면 ‘치카치카 이를 닦자’라는 내용의 노래가 나오는 이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양치질 습관을 익히게 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큰 인기를 끌어 3만7000여 개가 팔려나갔다. 하지만 건전지 뚜껑이 저절로 열린다는 소비자 신고가 여러 건 접수돼 소비자원이 제품을 조사한 결과 버튼형 건전지에서 열이 발생하면서 가스가 생긴 게 원인으로 밝혀졌다. 소비자원은 즉시 리콜을 권고했지만 이후 1년 동안 리콜이 확인된 제품은 전체의 2.3% 수준인 874개에 불과했다. 》  
#같은 해 5월 소비자원은 화학 성분을 다량 함유한 화장품을 유기농 화장품이라고 광고한 32개 업체의 화장품 70만 개에 대해 ‘유기농 화장품 표시 규정 위반’을 이유로 리콜을 권고했다. 하지만 회수된 수량은 전체의 1%를 조금 넘는 8000여 개뿐이었다.

이처럼 소비자원이 리콜을 권고해도 해당 기업들이 실제로 리콜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원의 리콜 권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태환 의원(새누리당)이 소비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소비자원이 내놓은 리콜 권고는 총 87건이지만 해당 기업이 리콜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된 것은 올해 10월까지 13건(14.9%)에 불과했다.

행정부처는 리콜 ‘명령’을 내려 강제로 제품을 회수하고 있지만 소비자원은 공정위의 산하기관이다 보니 이런 권한이 없어 단순히 리콜을 ‘권고’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의원실의 분석이다.

한국의 리콜 제도는 △자진 리콜 △리콜 권고 △리콜 명령 3가지로 이뤄져 있다. 자진 리콜은 판매된 제품에 하자가 생긴 것을 발견한 기업이 스스로 제품을 리콜하는 제도다. 리콜 권고와 리콜 명령은 행정기관 및 산하기관이 결정하는 것으로 강제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된다. 리콜 명령 또는 권고는 해당 품목과 관련이 있는 주무부처가 내린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국토교통부, 먹는 물은 환경부, 의약품과 화장품, 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리콜 명령을 내린다.

소비자원은 이런 구분 없이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다른 법령이 포괄하지 못하는 품목, 리콜 규정이 갖춰지지 않은 품목, 소비자원에 다수의 신고가 접수된 품목에 대해 조사해 리콜을 권고한다. 그만큼 다루는 품목과 수량이 많지만 명령권 등 강제권한이 없기 때문에 언론공표나 기업의 자발적 협조를 통해 리콜을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 때문에 공정위는 소비자원이 리콜 이행 점검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관련법 시행령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계 부처들과 협의해야 하지만 권한도 없이 리콜 권고만 내릴 경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예 소비자원이 리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관 부처가 리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난 물품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소비자원이 권고만 해서는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소비자 안전을 위해 조치가 시급한 물품에 대해 제한적으로라도 소비자원에 리콜 강제권한을 주면 소비자 권익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